[금융권 정규직 전환 허와 실]‘정규직’이라 쓰고 ‘중규직’이라 읽는다

입력 2013-01-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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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만 보장 무기계약직 설움 여전… 임금·승진·업무차별에 ‘중규직’ 논란

# 한화그룹은 오는 3월1일부터 비정규직 2043명을 정규직으로 순차 전환키로 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한화가 처음으로 비정규직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나섬에 따라 다른 그룹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앞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최근 계약직 직원(텔러) 838명과 71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 신한생명도 계약직 여직원 22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줄을 잇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정부 출범에 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금융권에서부터 시작된 정규직 전환 바람이 이제 대기업 등 재벌기업들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 확대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우리사회 전반의 고용 안정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과 재계가 새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일각에서 정규직이 아닌 ‘중규직’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 금융권, 새정부 코드 맞추기 = 은행, 보험 등 금융업권 전반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비정규직의 고용 개선에 대해 금융권이 정규직 전환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 중간 관리자들이 대거 발탁 돼 주요 보직에 전진배치 되는 것은 물론 여성인력이 대부분인 전담텔러직군의 정규직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계약직 창구직원(텔러) 83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향후 채용하는 모든 텔러 역시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채용 후 2년이 지난 계약직 71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산업은행은 370명의 무기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기업은행도 기간제 계약직 113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돌렸다. 사실상 정년과 복지에서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외환은행은 순차적으로 400명을 정규직으로 돌릴 계획이고, 하나은행 역시 정규직 전환을 준비중이다.

◇ 무기계약직 꼼수 논란 극복해야 = 비정규직이 많은 금융권의 정규직 전환은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이냐를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직 전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간제법이 시행되면서 등장한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 2년 이상자를 의미한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지만 정년을 보장받고 임금을 제외한 복지혜택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통상 임금은 정규직의 70~80% 수준이다.

지난 2007년 금융권에서 시작된 무기계약직 전환은 정규직도 아니고 계약직도 아닌 ‘중규직’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올해도 이같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

정규직이라 해도 직군별로 구분해 임금과 승진·담당업무 등의 차별히 여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고용만 보장한 중규직 논란이 재연될 수 있는 점은 금융권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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