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증시 좌충우돌] 위장계열사는 편법 아닌 불법

입력 2013-01-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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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총수 친인척들 때문에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7월부터 대기업과 총수 친인척 기업간의 내부거래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미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가계도를 완성해 놓고 있다. 과세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대기업 총수 친인척 기업들의 리스트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친인척 기업을 자진 신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총수의 혈족 6촌, 인척 4촌내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중소기업기본법은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계열사를 중소기업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신고 되지 않은 대기업 총수 친인척 기업은 위장중소기업인 셈이다. 문제는 대기업 친인척 기업들이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몰래 대기업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면서 손쉽게 부를 축적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위장계열사들은 중소기업 고유 업종에 몰래 참여하기 위해 중소기업으로 위장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사정당국이 위장계열사에 대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장계열사 단속 사례를 보면 외부의 제보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처벌도 행정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장계열사 적발건수는 20건이다. 이중 검찰 고발 조치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룹 총수가 친인척 기업의 존재를 몰랐다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단순 행정조치로 마무리했다. 검찰고발도 위장계열사에 대해 고의성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국세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장계열사 조사결과 통보를 거부했다고 한다.

한국은 경제민주화라는 큰 흐름을 탔다.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불합리성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행 법률의 엄격한 집행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기업들의 위장계열사는 정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우선 계열사들이 법망을 벗어나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받고 있는 세제혜택만 거둬들여도 세수 확충 효과가 있다. 이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특히 사정당국의 의지는 재벌들의 건전한 부의 축적을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사정당국은 대기업 위장계열사를 단순한 편법적인 꼼수로 볼 것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현행 법들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현행 법률의 사각지대가 있다면 새로운 제도를 고민하고 법을 정비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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