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비인기 종목은 없다]비인기 종목, 올림픽선 ‘영광의 주역’

입력 2013-01-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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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올림픽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 분전의 역사

▲비인기 종목임에도 올림픽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선수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격 김장미, 유도 김재범, 펜싱 김지연, 쇼트트랙 대표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단연 남자 축구 대표팀의 동메달 획득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언론사들은 홍명보 호(號)의 동메달을 2012년 10대 뉴스의 하나로 꼽는 한편 스포츠 명장면으로 선정했다. 축구는 야구와 더불어 국내에서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이전까지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축구가 딴 메달은 전무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 지금은 정식종목에서도 제외돼 있다.

야구·축구·농구·배구는 이른바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다. 다른 종목에 비해 저변이 넓고 팬들의 사랑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 이른바 인기 스포츠다. 소위 인기 종목인 이들이 역대 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은 몇 개나 될까. 단 4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외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등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1948년 런던올림픽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총 17번의 하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은 역대 243개의 메달을 땄다. 이중 금메달이 81개, 은메달이 82개, 동메달이 80개다. 243개의 메달을 따는 동안 이른바 인기 종목이 거둔 수확은 단 4개였던 셈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올림픽 역사를 이끌어 온 것은 비인기 종목들이었다. 복싱·레슬링·유도·사격·양궁·기계체조·태권도·탁구·배드민턴·핸드볼·필드하키·수영·펜싱·역도 등이 메달의 주인공이다. 야구·축구·농구·배구가 딴 4개를 제외한 239개의 메달을 이른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딴 셈이다.

동계올림픽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종목은 ‘효자 종목’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이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한국이 거둔 총 메달은 45개로 이중 무려 37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쇼트트랙 같은 효자 종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쇼트트랙만큼 비인기 종목도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 국내 대회가 열리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두산 핸드볼 선수단의 감독으로 부임한 윤경신 감독은 “한국 올림픽 역사는 비인기 종목의 역사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크게 관심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땀으로 일궈낸 결과다”라고 말한다.

이른바 인기 종목들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올해 9구단 체제에 돌입하고 10구단 합류도 목전에 두고 있다. 프로축구 역시 본격적인 승강제 실시로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비인기 종목들의 눈물과 땀으로 점철된 분전이 있었고, 사실상 이들이 한국의 전체적인 스포츠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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