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슈퍼리치]최고 갑부 숨은 비결은 "불경기때 베팅"

입력 2013-01-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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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 과감한 승부근성으로 최고 부자 등극

중남미에 통신제국을 일군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은 불경기에 베팅을 늘리는 과감한 승부 근성과 탁월한 사업 감각으로 세계 1위 부자에 올랐다.

1980년대 초반 멕시코가 불경기의 수렁에 빠졌을 때 그가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이 슬림 제국 구축의 시작이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당시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멕시코는 유가 하락과 외채 부담, 세계적인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다.

슬림은 이 시기가 저평가된 자산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그는 호텔과 금융서비스, 담배, 타이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사들였다.

보험사 세구로스데멕시코와 레스토랑 체인 산보른스, 광산업체 미네라 프리스코 등이 당시 슬림이 인수한 기업들이다.

슬림은 1990년 프랑스텔레콤, 사우스웨스턴벨코퍼레이션 등과 합작해 멕시코 국영 유선통신업체 텔멕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통신제국을 구축하게 됐다.

그는 인수 이후 현대적인 통신 인프라 건설과 전국적인 광섬유망 구축 등 적극적인 투자로 회사를 멕시코 유선통신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독점업체로 키웠다.

지난 2000년 텔멕스에서 분사한 아메리카모빌은 현재 18개국에 약 2억5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중남미 최대 이동통신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슬림 회장의 비즈니스 감각은 아버지인 줄리언 슬림으로부터 비롯됐다. 레바논에서 1902년 14살의 나이에 멕시코로 이민 온 줄리언은 무일푼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했으며,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용돈기입장을 꼼꼼하게 쓰게 하고 주식에 투자하도록 하는 등 사업감각을 키워줬다.

슬림은 12살에 멕시칸은행 주식을 샀으며 청소년기에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주당 200페소를 벌었다.

슬림 회장이 애플 주식을 매입했던 일화는 그의 남다른 투자 식견을 보여주는 예다.

슬림 회장은 지난 1997년 애플 부활의 시작이었던 ‘아이맥’이 출시되기 직전 애플 지분 3%를 주당 17달러에 매입했다. 현재 애플 주가는 500달러가 넘는다.

슬림 회장은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 기준 재산이 지난해 745억 달러(약 80조5000억원)로 전년보다 약 21% 늘면서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1위 부자에 처음으로 올랐다. 이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에게 선두를 내줬으나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슬림은 내년에 결코 쉽지 않은 한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통신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고 있는 슬림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각국은 올해 통신산업 독점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슬림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슬림 회장이 지난해 적극적으로 베팅한 유럽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메리칸모빌은 지난해 5월 35억 유로를 투자해 네덜란드 통신업체 KPN 지분을 28%로 늘렸다. KPN 주가는 그 이후 현재까지 약 42% 빠졌다. 텔레콤오스트리아 지분 23%도 지난 6월에 8억8300만 유로에 사들인 이후 회사 주가가 30% 하락했다.

한편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와 달리 슬림은 자선활동이나 기부보다는 기업을 잘 꾸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난 퇴치에 더 기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슬림도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자신의 텔멕스재단 등 각종 비영리단체에 최근 수년간 수십억 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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