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라이델 꼬랄레스 포우토 전 쿠바국가대표 배구선수 "쿠바인으로 살아가기"

입력 2012-12-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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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델 꼬랄레스 포우토(Raydel Corrales Poutou)
‘야구의 나라’ ‘미국과 적대국’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은 이 수식어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태어난 곳은 쿠바다. 수도 아바나에서도 수백킬로는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빌라 클라라’가 내 고향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 아바나까지 가려면 버스로 6시간은 족히 가야 한다. 고향사람들은 대부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곳에만 눌러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비교적 운이 좋다. 쿠바를 단 한 번도 벗어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려서부터 배구를 했고 대표로도 뛰었던 탓에 해외로 원정경기를 나갈 일이 많았다. 고위 공무원이나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에나 해외에 나갈 수 있다. 일반인이 여권을 신청하면 1년 이상 걸리는 것은 보통이고 운좋게 여권을 받는다 해도 출국허가서를 받는 것은 더 어렵다. 이 모두를 다 갖춰도 쿠바 국적을 가진 사람이 비자(VISA) 없이 갈 수 있는 나라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니 해외에 나가는 일은 일반사람들에겐 불가능이나 다름 없다. 대표선수로 해외원정을 떠날 경우는 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물론 대회 기간에 한정된 국외여행 허가지만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하지만 운동선수라도 개인자격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나 역시 한국에서 뛰기 위해 약 2년 전 2달 넘게 서류를 준비했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입국했지만 국제이적동의서가 발급되지 않아 뛰지 못한 기억이 있다. 물론 이후 이 문제가 해결돼 카타르에서 뛰었고 적지 않은 돈도 벌 수 있었지만 당시는 큰 좌절감으로 배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80~90년대 대표선수들이 유럽 원정대회 이후 팀을 이탈해 이탈리아나 동유럽으로 망명한 경우가 많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카타르에서 뛰면서 인터넷을 쓰고 위성안테나를 통해 여러 나라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쿠바에선 인터넷은 고사하고 TV가 있는 집도 거의 없었고 심지어 전화기가 있는 집도 절반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쿠바는 이제 변화하려 하고 있다. 사유재산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국외 여행 허가를 완화하려 하고 있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외 투자를 받아들일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특급호텔에서조차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을 써야 했지만 최근에는 베네수엘라로부터 해저 광케이블을 연결해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일들이 곧바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고 인터넷과 같은 문명을 받아들인다 해서 쿠바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덩달아 올라가는 것도 결코 아니다. 하지만 쿠바가 닫힌 사회 닫힌 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세계로 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라이델 꼬랄레스 포우토(Raydel Corrales Poutou)-1982년 2월 15일생, 전 쿠바국가대표 배구선수, 현재 카타르리그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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