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계공약 뭘 담았나

입력 2012-12-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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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순환출자 반대·금산분리 강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된 순간, 재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순환출자 금지 등 그간 재계가 강력하게 반대해온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 정책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 역시 대선 공약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기업 옥죄기가 아닌 ‘경제위기 극복’을 먼저 내세운 만큼, ‘개혁’보다는 ‘안정’ 기조의 경제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당선자는 출총제 재도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해 왔다. 또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신규 순환출자는 반대했지만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는 등 유연한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출총제 부활은 물론, 기존 및 신규 순환출자를 다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출총제는 대기업집단이 자산의 일정 범위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2009년 폐지됐다. 또 순환출자는 계열사 A가 다른 계열사 B사에 출자하고, B사는 다시 C사에 출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삼성, 현대차 등 상당수 그룹이 순환출자를 통한 계열사 지배를 하고 있다.

재계는 현재 구조를 해소하려면 수조원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며, 외국의 투기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특히 오너의 경영권 승계와도 무관치 않아 민감하게 반응해 왔지만,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 기업 범죄 처벌강화와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 분리) 등은 현행 법규보다 훨씬 강해 가시적인 변화의 바람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축인 대기업 집단의 근본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잘못된 점은 바로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기업인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와 집행유예 및 사면 제한을 공약했다. 이에 이달 28일 1심 선고를 앞둔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항소심을 앞둔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산분리의 경우, 박 당선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고, 대기업 금융·보험 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현행 15%에서 향후 5년간 5%까지 줄일 방침이다. 주요 정책으로는 △일반 지주사의 금융 자회사 허용 △중간 금융지주사 도입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등이다. 또 모든 금융사가 최대주주는 물론 6촌 이내 혈족,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까지 심사를 받는 대주주 적격성 정기 심사도 재계에는 부담이다. 이는 삼성생명 등 덩치가 큰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그룹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등 노사관계가 첨예한 제조 기반 그룹들에게는 박 당선자의 강도 높은 노동분야 정책이 관심사다. 박 당선인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고용 공시제 도입 △비정규차별에 대한 금전보상제 실시 △최저임금 상향 및 위반시 징벌적 배상제 도입 △정년 60세 연장 △해고요건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통업계도 박 당선인의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골목상권과 소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출점 제한하는 ‘사전입점 예고제’가 바로 그것이다. 정책이 실시되면 대형마트는 신설 점포를 내기 앞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미리 알려야 하며 지역주민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과 협의를 거쳐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유통업계는 문 후보의 ‘허가제’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신규 출점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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