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NG생명 인수 불발…반대측 사외이사 설득 실패

입력 2012-12-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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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자 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바람이 무참히 무너졌다. 18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본사에서 속개된 KB금융 이사회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대한 이사들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채 표 대결를 벌인 끝에 반대 5명과 기권 2명 등의 총 7명의 이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 인수가 무산됐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 5일 인수가격과 시기 등이 적절치 못하다는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인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속개됐다.

지난 7월16일 KB금융이 ING생명 인수 본입찰에 참여한 이후 어 회장과 이사들은 줄곧 인수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심지어 어 회장은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민은행 현지법인 개소식 후 사외이사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폭언을 하며 술잔을 집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워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KB금융 이사회를 앞두고 ING생명 인수가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KB금융의 ING생명 인수불발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저금리 장기화로 내년 어려움이 예상되는 보험업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보험업이 상당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며 생명보험업을 놓고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역시 내년 보험산업은 저성장·저금리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인수가 부결되면서 ING생명 인수로 생명보험업계 4~5위로 수직 상승하고자 한 KB금융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 ING생명(4조1047억원)은 업계 6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KB생명은 14위(1조5592억원)에 머물고 있다.

KB금융은 ING생명의 탄탄한 설계사 조직과 KB생명의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 채널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KB생명을 키우고자 했다. 아울러 은행이 전체 수익과 총 자산에서 각각 80%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쏠림 구조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어 회장은 지난 9월 KB금융 출범 4주년 기념식에서“비은행 금융부문이 아직 이익기준 15%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룹의 안정된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30% 수준까지 개선돼야 한다”며 비은행부문 강화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의 반대의견을 바꾸기에는 2조2000억원이라는 너무 비싼 인수가격과 보험업의 사업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평가다.

이날 KB금융 이사회는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 등 상임이사 2명,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비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8명 등 12명이 참여했다. 비상임이사인 본 리터 ING은행 아시아지부장(CEO)은 의결권이 제한돼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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