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은행 수익성 확보돼야 제 역할 한다"

주지하다시피 은행은 경제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이다. 하지만 은행은 사적 주주가 존재하는 주식회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은행도 돈을 벌어야 부실대출도 상각하고 주주에게 배당도 주고 정부에게 세금도 낸다. 문제는 우리 은행들의 성과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지표로 보자. 은행의 순익을 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순자산수익률(ROA)이라고 하고 순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숫자는 순자본수익율(ROE)이다. 굴리는 돈과 자기 돈 대비 순익이 얼마나 났는가 비율을 나타낸 숫자들인 셈이다. 은행산업 내에서는 통상 ROA는 1%, 그리고 ROE는 10%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상황이 바뀌기도 하고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이 숫자 자체는 일반적인 지적에 불과하지만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통상적 기준임은 분명하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들의 자산은 약 2000조원이고 자기자본은 160조원 정도이다. 따라서 ROA 1% 기준을 적용하면 은행순익은 약 20조원 정도가 되어야 하고 ROE 10% 기준을 적용하면 순익은 약 16조원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16조원에서 20조원 정도의 이익이 통상적으로 볼때 정상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ROA는 2005~2007년 중에 1%를 웃돌았고 ROE의 경우 2005~2007년 중에 14~18%대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2008년부터 상황은 변해버렸다. ROA 평균은 0.5% 수준으로, ROE는 평균 7%대로 크게 하락했다. 2011년에만 순익이 11조8000억원으로서 ROA가 잠깐 0.7% 수준까지 회복하는 듯 했지만 결국 2012년 순익은 8조5000억원 정도로서 ROA는 0.4%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준을 가지고는 은행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힘들다. 더구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3년도는 저성장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은행순익은 5조8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얼마 전 금융감독원은 충격적인 시나리오 분석(스트레스 테스트)을 제시하였다. 금감원은 5년 후와 10년 후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시나리오 A와 B)를 제시하였다. 시나리오A는 경제성장률이 5년간 연 1%에 머물고, 현재 2.75%인 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떨어진 1.75% 수준으로 5년간 지속되고, 부동산 가격이 매년 1%씩 5년간 감소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5년후 은행 순익은 1조4000억원이 되는데 이는 올해 이익 8조5000억원 대비 85% 하락한 수준이고 ROA가 0.1%인 충격적 수준이다. 시나리오 B는 더욱 비관적이다. 경제성장률 1%, 금리 1.75%가 10년간 지속되고 부동산 가격은 매년 1%씩 10년간 감소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10년후 은행들의 순익은 마이너스 5조2000억원으로서 ROA는 -0.2% 수준이 되면서 은행산업은 거의 무너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매우 부정적이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그리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실제 올해 들어 10개월간 수도권의 부동산가격이 3% 넘게 하락한 것을 보면 1%씩 5~10년 하락의 시나리오가 그리 무리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도 있다.

향후 은행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실로 막중하다. 물론 수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는 있다. 하지만 결국 엄청나게 증가한 가계부채의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기관도 은행이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면서 약자를 지원해야 할 역할도 은행에게 부여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은행의 적절한 수익성과 건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경청해야겠지만 이러한 비판도 제대로 기능을 할 때에나 수용이 가능한 것이다. 생존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이를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일본은 부동산버블이 꺼지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무차별적 대출회수에 들어가면서 잃어버린 20년의 단초가 된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저금리 저성장 추세와 함께 은행에 시련의 계절이 오고 있다. 금융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의 확보방안에 대한 논의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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