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재원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두 번째는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와 성평등사회’를 세 번째 공약으로 내놨다. 박·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큰 정부’는 불가피하다. 두 후보 모두 복지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박 후보는 세율을 인상하지 않고 세목도 신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 후보는 “매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재원은 비효율적인 정부지출을 줄여 60%를,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해 40%를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문 후보는 국내 최고법인세율 24.2%를 상향 조정해 재벌·대기업의 부담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소득세도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38%의 세율적용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고 1억5000만원 초과소득의 근로소득공제를 5%에서 1%로 축소할 예정이다.
문 후보는 특혜성 지원이나 실효성이 없는 비과세 감면을 과감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자세금계산서를 확대해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함으로써 세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금융소득에 적정 과세 추진 △대주주 주식양도차익에 과세 강화 △대주주 주식양도차익에 과세 강화 △영세자영업자의 세부담 경감과 납세편의 증진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은 재원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감면 철회와 법인세율 인상의 큰 틀만 있을 뿐 어떻게 하겠다는 세부 실행방안이 없어 실천가능한 공약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조세감면 축소는 정부가 바뀐다고 현실화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어떤 납세자로부터 어느 정도의 세수를 조달하겠다는 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두 후보가 내놓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공약은 기존의 세제개편안을 단순히 재배치한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세수를 쉽게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이 법인세를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을 올려 세금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 경제가 사실상 L자형 경기침체에 접어든 만큼 세금을 올리면 내수경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즉, 성장을 통해 세금을 더 거둬 복지재원이나 정부지출로 사용하는 선순환구조를 확립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문이다.
◇도움말 주신 분 =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 연구실장, 홍범교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