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말을 갈아타면서 보인 행태는 입을 맞춘 듯 똑같았다. 며칠 전까지 몸 담았던 당의 후보를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선택을 대의(大義)를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구태를 보여줬다. 돌아온 ‘올드보이’들이 ‘올드’한 정치적 수사로 정치의 시계바늘을 후퇴시킨 셈이다.
김 상임의장은 10일 문 후보를 지지하면서 “박 후보는 태생적 한계와 자라온 환경,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성향으로 볼 때 미래보다는 과거로, 권위주의와 분열과 갈등의 시대로 가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고 공격했다.
김 상임의장의 경우 박 후보와 당적은 같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가신그룹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를 지지할 당위성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김 상임의장은 “오늘 저는 15년 전 제 손으로 창당했던 지금의 새누리당을 떠난다”면서 문 후보 지지선언과 동시에 새누리당 당적을 버렸다.
한 전 대표도 지난 6일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하면서 “문 후보에 대한 신뢰감이 없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이름만 민주당이지 전부 열린우리당”이라고 비난했다. “전라도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한 민주당의 식민지”라며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들이 떠나면서 남긴 말을 두고 당 안팎에서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자신의 정치적 선택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수십년 간 정치적 동고동락을 함께한 동지와 조직을 향해 비난을 퍼붓고 떠나는 건 ‘먹던 우물에 침 뱉기’처럼 보인다. 더구나 한 사람은 현재 집권여당의 창당 주역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야당의 당수를 지낸 이었다.
한 때는 5공 군부독재와 싸웠고 민주주의를 외쳤던 이들이 제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급급해 평생을 바쳐 일군 정치적 토양을 쉽사리 내던지는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정치경제부 임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