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운의 재계 인사이드] 재계 인사에 감도는 ‘한국 경제의 위기’

입력 2012-12-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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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재계의 눈은 ‘인사’에 집중되고 있다. 재계의 정기인사는 내년도 사업 구상과 함께 인적변화를 통한 새로운 한 해의 준비 과정이다. 이 때문에 인사는 기업이 내년도 경기환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아직 각 기업의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의 인사를 살펴보면 위기를 대비한 부산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가장 큰 트렌드는 ‘성과주의’다. 미래를 장기적으로 준비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영역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 인물을 발탁·중용하는 안전보장형 인사다.

본격적인 세대교체도 일어났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최측근인 강유식 LG 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을 2선으로 퇴진시켰으며, 신세계도 계열사 대표 7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대외적인 외풍을 막아내기 위해 거의 모든 그룹이 홍보라인을 격상시켜 ‘조직의 입’에 힘을 실었다.

이 모두가 조직 분위기를 일신해 다가올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국내도 저성장 장기화가 예상되는 등 내년도 전망이 어둡다. 한국은행은 이미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4%로 대폭 낮추고,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들어갔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1970년 이후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다섯 번에 불과하다.

내년 유로존의 경우, 재정위기국가들을 중심으로 긴축의 덫에 걸려 고전이 예상되며, 채무상환에 대한 압력도 높아 여전히 위기상황을 만들 전망이다. 미국은 긴축과 경기부양의 딜레마에 처해있다. 수출 중심국가인 만큼 한국과 비슷한 경제성장 곡선을 보이는 중국도 선진국의 경기부진으로 수출이 둔화되며 8% 아래로 성장률이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처한 상황도 위태롭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2년여의 특허소송전 끝에 지난 8월 미국에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하는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 고의적인 특허 침해로 판명될 경우 손해배상 규모가 3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법원의 판결은 한국시간으로 이달 7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연비과장 논란으로 미국에서 큰 홍역을 치렀다. 연간 8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구매자에게 보상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해 휴유증을 최소화했지만,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모두 한국 기업에 대한 각 국의 견제가 배경이다.

과거 일본은 뛰어난 기술로 80~90년대‘전자왕국’의 신화를 써냈다. 그러나 신화의 주역이었던 소니·파나소닉·샤프는 최근 정크 등급의 신용등급을 받으며 침몰 중이다.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듯, 이제 중국이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으로 한국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20여년 후,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가 정크 수준으로 추락하며 일본 기업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올해 국내 대기업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선방하자, 정치권 등에서 각종 규제의 잣대를 들이밀며 압박·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일본기업의 인사는 “한국의 반 기업 정서와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일본 기업의 회생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기업규제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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