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치지 말고 정부가 앞장서서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 성장에 나서야 한다.”
김상헌 NHN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가 국내 정보통신기술(이하 ICT)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지원에 쓴 소리를 내뱉었다. 업계에서는 특히 포털과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양사 대표의 공통된 생각이 향후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사 대표는 5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방송통신 분야 정책고객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차 방송통신 정책고객 대표자 회의’에 참석해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방송통신에 버금가게 크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방송통신이라는 패러다임에 인터넷도 중요한 축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콘텐츠나 플랫폼ICT도 하나의 방송통신 생태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 관리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망중립성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왔던 통신-포털 업체도 협력을 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일관성 있는 지원이 없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NHN은 SKT와의 빅데이터, 신규서비스 개발, 글로벌 대응체계 구축 협력을 골자로 한 전방위적 제휴를 선언한 바 있다.
이 대표도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특히 올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연 장본인으로서 성장과정에서 느낀 섭섭함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이 대표는 “큰 형님 격인 방송통신 분야에는 새 옷을 사주고 동생인 모바일 분야는 형에게 물려받는 헌 옷을 입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송과 통신사를 우선시하는 정책 때문에 후발주자인 모바일 플랫폼 업계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이통사의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했다. 당시 이통사와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내 무료음성통화(mVoIP) ‘보이스톡’서비스를 놓고 망중립성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방통위의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이통사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당시 기준안은 상정이 보류된 상태다.
또 정부와의 원활하지 못한 행정적 커뮤니케이션도 지적했다.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방통위 등 여러 기관에 기능이 분산돼 있어 빠른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향후 출범할 정부에서는 모바일 분야를 전담하는 특정 기관 및 부처를 설치해 원만한 일 처리가 가능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