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현 증권부 기자 "튤립과 정치테마주의 닮은 점"

입력 2012-11-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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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전역에 투기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튤립을 찾아 헤맸다. 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고급저택을 튤립과 맞바꿨다는 소문도 돌았다. 당시 튤립 가격은 일주일에 두세 배씩 가격이 뛰었고 최상품이 아닌 튤립 한 뿌리가 황소 45마리 가격 맞먹는 가격에 팔렸다.

당시 사람들은 튤립이라는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싼 가격에 매입해 더 비싼 가격에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튤립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해 불과 4개월 사이에 95~99%나 빠졌다.

지난 17세기 네덜란드서 발생한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 붕괴 사례인 ‘튤립 투기’의 전말이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정치 테마주’가 튤립 투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23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최종 단일화 협상과정을 앞두고 "백의종군 하겠다"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자 관련주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철수 관련주로 꼽히던 써니전자는 23일부터 29일까지 26.6% 급락했고 미래산업 역시 21.03%, 오픈베이스(-24.32%), 솔고바이오(-11.41%) 등도 하락했다.

언론과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경고를 수없이 했지만 개미투자자들은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 주위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날이 갈수록 치솟는 주가에 투자하면 엄청난 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재료'로 상승한 테마주의 주가는 재료의 소멸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물론 이런 투기가 증시를 존재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에 자금이 모여들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주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대선이 20여일 남아 있다. 이 시기를 이용해 주식시장에서는 또다시 온갖 루머들이 난무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할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사람들이 ‘사자’를 외칠 때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대응한다. 그리고 버블까지 역이용하는 방안을 찾아 수익을 내곤 한다. 이제 미련한 투자를 떨쳐버리고 현명한 투자로 귀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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