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지영 금융부 기자 "은행 이중성 보여준 근저당설정비"

입력 2012-11-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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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근저당설정비를 반환하라는 소송 결과를 두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도 책임을 전면 부정하며 최근 입버릇 처럼 외치던 금융소비자보호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지난 27일 인천지법은 신협을 상대로 낸 근저당설정비 반환 청구 소송에서 대출자(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근저당설정비 반환 관련 첫 번째 판결로 줄지어 대기중인 유사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같은 판결이 이어지면 은행권은 지난 10년간 받아온 10~20조원에 달하는 근저당설정비를 물어야 한다.

이에 은행들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은행연합회는 ‘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소송 쉽게 알기’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근저당설정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내달 11일에는 은행권 여신담당 부장들이 모여 근저당설정비 소송 관련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향후 소송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자 소급기간 축소(10년→5년)를 주장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의 논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근저당설정비는 부담은 대출자의 자유선택에 의한 것이고 대출자가 부담했다면 은행 측은 그에 상응하는 혜택(금리인하·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제공해 반환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을(乙)의 입장인 대출자들이 은행 창구에서 근저당설정비 부담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 받았는지, 또 그에 상응한 혜택을 받았는지 의문이다.

은행들은 근저당권 설정비용은 궁극적으로 고객이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억지를 부리며 법원의 판결까지도 부정하고 있다.

은행권에 반문하고 싶다. 담보권 설정비용을 고객이 부담하는 것이 정말 고객에게 불리한 것인지.

금소연 관계자는 “은행권이 이번 판결을 금리 혜택을 받지 못한 예외사례로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근저당 설정비 등을 소비자에 게 부담시킨 은행약관은 불공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은행권의 태도를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권은 약관해석을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 최근까지 서민금융 지원을 적극 홍보하던 은행권의 모습과 근저당설정비용은 소비자 몫 이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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