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노령화 대비 시간은 많지 않다"

입력 2012-11-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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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노령화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를 구성하는 인력들이 노령화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보통 65세 이상 인구를 노년층으로 볼 때 현재 우리 사회의 11%를 넘은 노령층은 2017년 14%를 넘으면서 본격적인 노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한다. 물론 지금 현재도 이 비율이 7%를 훌쩍 넘었으므로 노령화사회(aging society)로 분류된다.

보통 15~64세 인구를 생산가능 인구, 14세 이하를 유소년층으로 분류하는 데 우리 사회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통계 몇 개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의 유소년 인구는 2010년에 약 800만 명 에서 정점을 찍고 줄고 있는 중이다. 둘째, 본격적 ‘고령사회’가 되는 2017년에 유소년 인구는 약 680여만 명이 되는데 노년층 인구는 700만 명이 넘게 된다. 처음으로 유소년 인구가 노년층보다 적게 되는 것이다. 셋째, 2016년 생산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기 시작한다. 넷째, 현재 560만 명 정도인 노년층 인구는 2020년에 800만 명을 넘고 2030년에는 1200만 명을 넘는다. 다섯째, 2030년부터는 총인구 숫자 자체가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한다.

2010년은 유소년 인구가, 2016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그리고 2030년에는 총인구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가 본격적 저성장시대의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임을 예측케 한다. 더구나 지금 세계경제상황은 엉망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는 아직도 후유증을 낳고 있고 남유럽 위기가 프랑스로 전이될 가능성마저 제시되고 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는 프랑스가 위험해진다면 이는 대형사고다. 이처럼 해외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우리 경제 내에 본격적인 노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최근에 ‘금융 노년학’(financial gerontology)이라는 연구분야까지 등장하고 있다. 원래 노년학(gerontology) 학문분야는 생물, 심리,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노화와 노년에 대해 살펴보는 종합적 학문이다. 노화현상과 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 노화에 대한 생물학적인 변화 등이 주요한 대상인데 새삼 ‘금융노년학’이라는 분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자명하다. 노년층이 되면서 생물학적으로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고 은퇴와 함께 근로소득을 잃기 때문이다. 돈과 건강을 잃게 되면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개인은 물론 국가, 사회, 기업은 저마다 다양한 역할을 전제로 각종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연구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렇게 많아지는 노년층을 책임져야 할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줄다보니 이들의 부담은 자꾸 더 늘어나게 되어 있다. 청장년층도 스스로 잘 대비를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노년층이 되었을 때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나아가 금융기관들도 노년 혹은 이를 준비하는 계층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노년학의 구체적 전략을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 금융기관 사회 국가 모두가 이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내년에 출범하는 새 정부의 임기는 사실상 2017년까지다. 그런데 2017년은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노령사회로 진입하는 해다. 물론 개헌이 되거나 하는 등의 상황변화가 있으면 달라지겠지만 현재는 새정부의 임기가 끝나면서 우리 사회가 본격적 노령사회가 된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다음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노령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를 서두르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나라의 곳간이 풍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노령화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나라 곳간을 채울 생각은 안하고 나눌 생각부터 하는 것은 곤란하다. 곳간을 채우는 것이 나누는 것보다 어렵다. 그리고 곳간을 채울 수 있는 날이 많이 남지도 않았다. 나눔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곳간을 채울 것인지 수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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