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위해 최대주주자리 내놔… 경영권은 유지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대한시스템즈는 대한전선 신주인수권의 50%를 대한광통신에 매각한다. 다음달 예정된 대한전선 증자에는 대한시스템즈 대신 대한광통신이 6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증자가 끝나면 대한광통신은 지분 11.4%로 최대주주가 되고, 대한시스템즈와 설 사장 등 오너가의 지분은 7% 가량으로 줄어든다. 1955년 회사가 설립된 이래 최대주주 자리가 바뀌는 것은 처음이다.
대한광통신은 이 자금 마련을 위해 큐캐피탈PEF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광통신의 최대주주인 대청기업과 설윤석 사장은 보유주식 전량을 큐캐피탈PEF에 매각했다. 대청기업과 설 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총 1160만6446주로 양수대금은 271억60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대한전선 오너가가 대한광통신을 큐캐피탈에 판 것도 대한전선 투자유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설 사장 등 대한전선 오너 일가는 큐캐피탈PEF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는 대신 PEF의 출자자로 참여했다. 새마을금고 등 연기금이 400억원가량을 출자하고, 설 사장 측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 200억원을 후순위로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의 경영은 설 사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맡고, 3년 후엔 PEF로부터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도 갖는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유상증자 완료 후 최대주주 계열사만 바뀌는 것으로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변화가 아닌 사실상 투자를 유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설원량 회장과 양귀애 명예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사장은 2004년 3월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미국 유학 계획을 접고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사업부 마케팅팀 과장으로 대한전선에 입사 한 지 7년이 채 되지 않은 2010년 12월엔 재계 최연소(만29세)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설 사장이 부회장 직함을 단 직후, 대한전선은 9분기 연속 적자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다.
설윤석 사장은 지난 2월 부회장에서 사장으로 직위를 낮췄다. 기업의 실질적인 오너가 자신의 직급을 낮춘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오너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임직원과 고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파격행보였다. 실제로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원급 직원들과 넉살좋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현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설 사장의 이같은 행보가 대한전선 과거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