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상경영]고전 면치 못하는 은행권… 예대마진 축소 등 영업환경 악화

입력 2012-11-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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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ㆍ부실채권ㆍ금융규제‘된서리’… 구조조정‘한파’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침체, 가계·기업대출 부실, 금융 규제 등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은행의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은행권은 수익 감소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실제 우리·하나·KB·신한 등 4대 금융지주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63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740억원)보다 1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의 주력 자회사인 은행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여파 등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급증해 3분기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국은행이 비교적 짧은 기간 기준금리를 두번이나 인하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예대마진 축소에 따른 은행 수익 감소로 4분기에 이어 내년 수익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도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7대 시중은행의 전체 고정 이하여신은 11조903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3979억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민은행은 고정이하 여신이 3조39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외에 우리은행(3조1374억원), 신한은행(2조1613억원),하나은행(1조2425억원), 외환은행(1조115억원), SC은행과 씨티은행은 각각 5400억원과 4200억원을 기록했다.

위기를 느낀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내년 경영 전략도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수익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농협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일찌감치 1조원 수익 달성을 위한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했다. 또 7개 계열사 경영진의 임금을 8월부터 12월까지 10% 삭감하기로 했다.

우리금융도 지난 8월부터 대규모 투자를 억제하고 외화채권 발행 등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왔다. 모든 계열사의 경상비와 판매관리비를 최대한 줄이고 일정액 이상의 투자는 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진행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경영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서민금융지원 확대와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 윤리경영, 불완전 업무처리 개선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주사 차원의 경영 관리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 전략 또한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의 경우 10월 말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2013년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내년 사업 계획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KB금융은 이 자리에서 내년 경영 전략을 리스크 관리와 내실 경영을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에 주력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안정적 자산관리를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새로운 사업 계획을 추진하기보다 현 경영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는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도 이달 4일 계열사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었다.

특히 내년 경영 계획을 구상하는 이번 워크숍에서는 내년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을 전제로 수익성 확보 방안에 대해 많은 고심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집값 하락과 건설업 불황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내년 경영 계획 수립시 산업·고객·상품별 리스크를 점검할 예정이다.

비상경영을 선언한 금융지주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연말까지 200여명을 희망퇴직시키기로 했다. 희망퇴직 카드를 꺼낸 것은 4년 만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올해 초 희망퇴직으로 230여명을 줄였고, 지난해에는 106명을 사내 감사 등 일부 업무만 담당하는 관리전담 직원으로 재취업시키는 방법으로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수익성 악화와 인사 적체 심화 등 은행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추가적인 인력 감축이 이뤄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예년과 같은 조건으로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중심으로 시행하는 준(準)정년퇴직제 시행을, KB국민은행은 매년 시행해온 준정년퇴직제를 올해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380명을 줄인데다가 외환은행도 하나금융 자회사 편입 후 영업력을 확대함에 따라, 작년보다는 희망퇴직 규모가 적을 전망이다. 대신 인사 적체가 심한 NH농협은행은 연말 대규모 인원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지난해 연말 전체 직원의 12%에 달하는 800여명을 명예퇴직시킨 후유증으로 연말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예전의 인력감축 방식보다는 고임금의 고연령 직원을 내보내고 적은 연봉의 신입사원을 충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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