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250억원을 출연하는 것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가 비방 광고를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하나고 김승유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강제한 적이 없으며 자발적인 기부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수험생의 피해를 우려해 부득불 해명에 나서게 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배석한 하나고 이사가 외환은행 노조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소송 방침을 언급하고 이에 노조측도 맞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양측 갈등이 법정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다.
노조측은 외환은행 이사회 전날까지 하나고 출연 관련 안건이 있었는지 공개하지 않은 것 자체가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진실 공방은 그리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하나고 기금 출연 갈등이 대외적으로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내의 분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하나고가 하나금융과는 무관한 법인이지만 이미 하나금융이 600억원이 넘는 재원을 지원했고 김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상 일반인들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의 대리전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가뜩이나 최근 IT통합 추진과 관련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외환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하나고의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해마다 신뢰있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드는 노력과 비용을 감안한다면 오해를 풀겠다고 나선 자리가 소송전으로 확대되는 모습은 하나금융, 외환은행 뿐만 아니라 김 전 회장과 하나고의 이미지에 좋을리 없다.
노조도 무조건적인 반대로 극단으로 치닫기보다는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싫든 좋든 간에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인수된 이상 하나그룹을 부정만 하지 말고 조화로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하나금융이 계열사 직원 간의 화합을 위해서 벌이는 행사에 무조건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이번 비방광고는 하나고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여서 좀 더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하나고와 노조 간 소송전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소송보다는 상호 간의 조율과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