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확대·공수처·책임총리제 등 닮은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정치쇄신안’으로 내놓은 여러 정책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과제로 제시했던 내용과 똑같이 닮았다.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정치쇄신안”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 후보의 새 정치 구상은 ‘정치개혁’과 ‘반부패’로 나뉜다. 그는 22일 정치개혁 구상 방안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 의석 조정안을 내놨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당시 지역주의 해소 방안으로 권역별 정당 비례대표제 도입과 현 지역구의 50% 수준으로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부패 정책으로는 검찰개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공수처 설치를 제시했다. 이 역시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하다 무산됐던 기구다. 문 후보는 23일 오전 정치혁신 행보의 하나로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검찰개혁 필요성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검찰과 가장 심하게 대립했던 노 전 대통령과 고스란히 닮은 모습이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공약인 ‘책임총리제’도 언급했다. 지난 19일에는 “국가균형발전을 제대로 추진하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가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의 국정철학이었다.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고 대선 후보로서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표 정치개혁안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해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면서 “문 후보에게 시급한 과제는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개혁안과 관련해선 문 후보가 단일화 대상인 안철수 후보보다 더 구체적인 아젠다를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