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 미국 대선 후보들의 중국 콤플렉스

입력 2012-10-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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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대중(對中) 강경책이 화두로 떠오른다.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 빌 클린턴과 조지 H. W. 부시,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등 역대 대선 출마자들은 대중 정책을 얼마나 강경화하느냐로 표심을 자극해왔다.

그러나 막상 정권을 잡으면 오히려 햇볕 정책으로 선회, 중국 지도부에 줄을 대느라 열을 올렸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우 선거전에서는 무역·인권 문제로 중국 정부와의 대결 구도를 내비쳤지만 막상 정권을 잡자 오히려 대중 무역을 확대했다. 취임 2년차에는 중국의 인권 정책에 대한 비난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전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대중 강경책 수위가 설전(舌戰)을 넘어 실전(實戰)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오바마 정권은 무역·인권·안전보장 문제에 있어서 중국 정부에 대한 탄원자”라고 비하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진영은 “롬니가 설립한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통해 미국의 고용을 중국으로 유출시켰다”고 맞받아치는 등 설전이 뜨겁다.

더 나아가 롬니는 대중 강경파로 정평이 나 있는 존 볼튼 전 유엔 대사와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를 참모진으로 영입하고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에 질세라 자동차 부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행을 이유로 중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대중 강경책 경쟁의 수위를 높였다.

대선 주자들의 대중 강경책 경쟁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방면에서 자국을 능가하는 중국의 실력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중국 콤플렉스’로 발전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의 경기 침체와 달리 중국은 고도의 성장을 통해 일본을 제치고 주요 2국(G2)로 부상했다.

중국은 또한 지난 2008년부터 미국의 최대 채권국가 지위에 올랐다. 지난 7월말 시점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은 1조1500달러였다. 미국은 9월말 끝난 2012 회계연도에 1조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냈다. 중국이 앙심을 품고 미국채를 일거에 팔아치울 경우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같은 상황이 미국으로하여금 중국을 대선전에서의 놀음거리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주목할 것은 그동안 미국의 비방전을 묵묵히 지켜봐온 중국의 인내심이 얼마나 더 갈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 하원이 중국 민간기업인 화웨이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중국 때리기를 단순한 정치쇼로 치부해온 중국을 자극하고도 남을 수준이라는 것.

지난달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 발생한 반미 시위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이를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대선 주자들은 더이상 경쟁 상대국을 대선전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정정당당한 공약으로 표심을 잡기를 바란다.

그에 앞서 중국 콤플렉스부터 극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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