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역대 CEO ‘모피아’ 싹슬이

입력 2012-10-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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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곳 역대 196명 중 104명 53.1% 차지

내부출신은 3%…11곳은 단 1명도 없어

일명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기업 역대 최고경영자(CEO) 내부출신이 불과 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공기업 14곳 중 11곳의 역대 CEO들 모두가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특히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 출신이 싹쓸이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모피아는 기획재정부 출신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기획재정부의 옛 전신인 재정경제부(MOF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경제 관료들이 마피아처럼 세력을 구축해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소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업데이터, 코스콤, 거래소, 예탁결제원과 기획재정부 소관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특수은행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14곳 중 순수 내부출신이 CEO로 오른 곳은 단 3곳이다. 14곳의 역대 CEO 196명 중 거래소 3명, 기업은행 2명, 캠코 1명 등 6명(3.1%)을 제외한 190명 모두 낙하산 인사가 최고위직을 싹쓸이했다.

낙하산 인사 중 사실상 모피아 출신이 53.1%(104명)에 달해 특정 세력이 금융공기업 수장자리를 싹쓸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기재부 출신이 92명, 기재부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신이 각각 7명, 5명이다.

특히 기술보증기금은 역대 이사장 모두 기재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14곳 CEO 가운데 8명이 모피아 출신이어서 현 정권을 모피아의 부활로 일컬어지고 있다. 김정국 기보 이사장, 김주현 예보 사장, 장영철 캠코 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이희수 기업데이터 대표, 우주하 코스콤 사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회장 겸 KDB산업은행장이 모피아 출신이다.

역대 CEO 출신별로는 기재부 출신이 46.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시중은행 출신 29명(24.8%), 한국은행 25명(22.8%), 금감원 9명(4.6%), 금융위 7명(3.6%), 증권업계·군(軍)·내부출신 각 6명(3.1%), 국세청·공무원(기타부처) 각 4명(2.1%), 정치권 3명(1.6%), 학계 1명(0.5%), 기타 4명(2.1%) 등 순으로 나타났다.

KDB산업은행은 설립 후 58년간 단 한 명의 내부 행장을 배출하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 CEO들이 취임 후 조직 파악에 1년 정도 걸려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낙하산 CEO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그냥 보은인사로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조직을 망가뜨린 일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때마다 관례적인 노동조합 파업으로 협상 타결이 결국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금융공기업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게 됐다”며 “일부 노조는 힘 있는 관료를 원해 모피아 출신 CEO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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