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금 수술중]부실기업 인수 '묻지마 M&A' 사외이사는 들러리였다

입력 2012-10-12 11:36수정 2012-10-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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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거수기 사외이사

포스코의 문어발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부실계열사를 잇따라 편입해 모(母)회사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이사회 반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준양 회장 취임을 반대했던 일부 인사들도 정 회장의 문어발 확장경영에는 애써 모른 채 했다.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에는 안철수 대선 후보,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손욱 전 농심 회장,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 회장,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 등 유력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포스코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 회장이 2009년 1월에서 2012년 8월까지 계열사를 41개 늘리는 동안 245건이 이사회 의결안으로 올라왔는데 부결된 것은 4건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기업 M&A 및 지분투자와 관련된 의결안에 대한 부결은 없었다. 즉 부실계열사 편입과 관련해서는 누구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던 것이다.

◇기업분석도 없는 인수결정 = 이사회가 부결시킨 4건은 △2009년 7월16일 포스코청암재단 출연계획 △2009년 10월15일 전략적 상호 지분 교환 △2010년 7월16일 포스코교육재단 ‘외국인학교’ 건립 부지 기부 △2010년 11월25일 글로벌 안전센터 건립 등 이었다.

이 중 포스코청암재단 출연계획, 외국인학교 건립 부지 기부, 글로벌 안전센터 건립 등 3건은 이후에 개최된 이사회에서 모두 수정 통과됐다. 사실상 이사회를 통해 부결된 의결안은 245건 중 1건 밖에 없는 셈이다.

부실계열사 중 경영상태가 가장 심각한 성진지오텍의 경우 2010년 4월22일 사전심의가 통과됐는데 이 때 유장희, 한준호, 김병기씨가 결정을 내렸다. 이 안 건은 다음날 이사회에서 가결됐는데 당시 이사회 의장이 안철수 현 대선후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5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포스코가 인수한 이후 10배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인수 당시에도 적자 상태가 심각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사회는 기업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인수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수결정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2009년 3월에서 2011년 7월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낸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김 사장 측은 “다음주까지 바빠서 전화통화를 할 시간이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대신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김 사장은 당시 결정은 포스코에 성진지오텍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당시에 검토했을 때 성진지오텍은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는 짤막한 답변만 전했다.

안철수 대선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는 포스코 사외이사를 성실히 수행했다”며 “개별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성진지오텍과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성공적인 기업 인수 사례다”며 “성진지오텍은 최고의 용접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진지오텍의 기술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포스코 철강제품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금 성진지오텍을 다시 합병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포스코가 추진중인 대대적인 계열사 합병이 ‘부당인수사의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안철수·유장희 등 현 유력인사들도 = 포스코가 2009년 12월18일 포스코엘이디 설립을 위한 지분 참여 결정 시에는 안철수·유장희·김병기 당시 사외이사 모두 수정 찬성했다.

이들은 포스코엘이디의 지분 매입 방법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매입 방식으로 변경했다. 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포스코 부사장 출신이 허남석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포스코엘이디는 지난해 53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141억원 중 70%에 해당하는 97억원은 내부 거래를 벌어들였다. 포스코의 계열사 지원 이외에는 별다른 돈벌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엘이디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포스코가 계열사를 통해 부실 기업을 인수한 과정에서도 이사회의 반대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포스코엠텍 이사회는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 인수 안건을 각각 2010년 4월, 2011년 4월에 가결시켰다. 포스코엠텍의 사외이사는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출신인 임웅순씨가 맡고 있다.

윤용철 포스코엠텍 대표, 강창균 부사장, 정유식 전무, 이관도 상무 등 포스코엠텍의 사내이사는 모두 포스코 출신이다.

윤 대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선강 담당 상무를 지냈다. 강 부사장은 포스코에서 감사실장과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며 후선 부서에서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포스코 최고 경영진의 선택이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컴텍이 2010년 상반기 포스그린과 포스칼슘을 설립할 때도 이사진의 반대가 있긴 힘든 구조였다. 포스코컴텍의 사외이사는 남인식 전 포스텍 부총장이 맡고 있다. 이상영 대표를 비롯 경영진들 모두 포스코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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