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전쟁’ 새국면…이번엔 선진국 간 ‘각개전투’

입력 2012-10-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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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스위스, 미국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 강세에 불만…미국은 발뺌

글로벌 통화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일부 선진국의 통화 가치가 오르면서 선진국 간에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신흥국 통화 가치가 오르면서 촉발된 기존 통화전쟁과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일본과 스위스의 중앙은행 당국자는 자국 통화 강세에 대한 불쾌감을 표명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스위스프랑 강세를 의식해 지난해 유로·스위스프랑의 환율 하한선을 1.20스위스프랑으로 설정한 바 있다.

SNB의 토마스 요르단 총재는 “예견할 수 있는 장래에까지 이 상한은 유지될 것”이라며 “그 수준이 성장에 심각한 위협을 줬다”고 지적했다.

요르단 총재의 발언은 사실상 고정환율제 시행 이후 1년1개월이 지났음에도 자국 통화 강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동석한 필리핀 당국자는 이같은 위협의 주범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를 지목했다. 연준의 결정이 세계의 금융정책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15년 중반까지 현재의 제로 수준 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또한 매월 400억달러 어치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 방식으로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달러가 대량으로 풀릴 것이라는 우려에 엔과 스위스프랑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10일 인터뷰에서 “엔의 무질서한 상승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이 작년 10월 기록한 달러당 사상 최고치인 75.35엔을 4% 밑돌고 있는 데 대해 “이는 심각한 문제이자 일본 경제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필요할 경우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의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 역시 엔의 급격한 상승이 일본 경제나 인플레 전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히 주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미국을 향한 원망의 소리가 높아지자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은 “연준이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하면 세계 전체가 승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양한 금융정책이 자본 흐름과 통화 가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연준이 원융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킷 적크스 외환 부문 책임자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선진국들이 환율의 과대 평가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며 “서구의 금융완화 정책을 비판하는 신흥국들이 기존에 지적해 온 통화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전쟁의 구도가 서서히 재연되고 있고, 이번에는 선진국 간의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양쪽에서 퍼지는 이같은 불안은 세계의 성장과 무역이 둔화해 환율 상승으로 수출의 강점을 잃는 나라도 나올 것이라는 IMF의 경고로 한층 더 강해지고 있다.

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3.3%에 머무르고 국제 무역의 성장은 2010년 12.6%에서 3.2%로 둔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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