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10대 서비스수출국 도약
# 지난 1월 국내 의료영상정보솔루션 업체 인피니트헬스케어에 멀리 미국으로부터 낭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2009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 내 커뮤니티 병원 고객이 평가한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소프트웨어 최고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미국 토종 회사들이 주류인 시장에서 한국 회사가 3번이나 연속으로 선두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의료융합 소프트웨어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이었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는 고부가서비스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2009년에 비해 지난해 외국인 환자는 12만명, 이를 통해 벌어들인 진료수익은 1809억원으로 각각 2배, 3배 증가했다. 외국인관광객 수는 3년전 782만에서 지난해 980만으로 증가해 1000만 시대를 열었다. 국제회의 개최순위도 3년 전 11위(347건)에서 6위(469건)으로 뛰어올랐다. 외국유학생은 3년간 17%, 소프트웨어 수출은 25% 각각 늘었다. 한류열풍을 타고 콘텐츠 수출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2008년부터 최근 4년간 성장률은 게임 102%, 만화 272%, 음악 부문은 977%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은 2010년 기준 816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머물러 있다.‘굴뚝’으로 대변되는 제조업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전세계 시장 규모의 2.2% 수준이다. 현재 국내 서비스업 부문에서는 진입 장벽과 영업 규제, 취약한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산업지원 시스템이 제조업 위주로 돼 있다는 점도 서비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정책금융이나 세제 지원조건은 제조업보다 훨씬 뒤쳐져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부가가치)은 8491만원이었다. 하지만 서비스업 생산성은 여기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3879만원에 그쳤다. 양대 산업 간 생산성 격차(4611만원)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미국의 44%, 일본의 62%에 불과하다(2008년 기준).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업 도입을 위한 의료선진화 등 헬스케어 서비스분야의 핵심법안은 의료계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관련산업은 태동조차 못하고 있다. 동네 의원들은 원격진료가 도입될 경우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우려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좌초 위기에 놓인 이 두 법안을 올 하반기에 재추진할 예정이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고 IT 기술을 접목한 U-러닝을 직업 교육에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입시 위주라는 점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교육 콘텐츠 생산이 어려운 셈이다.
이같은 서비스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지난달 5일 신성장동력 평가대회를 열고 지난 4년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고부가서비스를 수출 주력산업으로 키운다는 의지를 재차 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진입장벽과 영업활동규제 등 핵심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제조업 수준으로 서비스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해외 팬 유치를 위해 2016년말이나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수도권에 1만5000석 규모의 K-팝 상설공연장을 짓고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펀드 조성과 전문회사 설립이 추진된다. 또 신ㆍ기보 보증료율을 0.2%포인트 차감하는 등 금융지원을 녹색제조업 수준으로 강화된다. 외국 교육기관에 대한 법인세도 면제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외국인환자를 50만명 유치하고, 의료기관 200개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콘텐츠 수출은 3배, 소프트웨어 수출은 2배로 확대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올해 9만명에서 2020년 20만명으로 두 배 늘린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