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뒷북치는 신용평가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12-10-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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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 뒷북으로 투자자 피해만 급증

▲법정관리 신청 전(투자적격)과 신청 후(투자 부적격)의 신용등급이 180도 다르다면 누가 신용평가사의 평가내용을 신뢰할까.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LIG건설 CP(기업어음) 를 산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사진은 투기자본센터,금융소비자협회, LIG건설 CP피해자모임 등 회원 20여명이 지난달 2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과대평가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국내 신평사들도 엉터리 신용평가를 하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신평사들의 엉터리 신용평가로 기업 회사채에 투자하는 투자자나 대출을 받으려는 개인들이 손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웅진 사태에서 신평사들이 뒤늦게 웅진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뒤늦게 우량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등급으로 떨어뜨려 엉터리 뒷북 평가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매년 되풀이되는 신평사들의 뒷북 평가에 이번 기회에 책임을 물어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 3곳이 엉터리 신용평가를 하고 있지만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형편”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내 신평사들의 과점체제 해소와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규제 강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가 각각 3분1 비중으로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신평사들의 수익은 평가기업에 받는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해 수익을 위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신평사들의 과대평가로 말미암아 해당 기업이 발행한 CP(기업어음)나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봤다. 하지만 신평사들은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아무런 제재나 책임을 받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평가를 한 연구원에 대한 제재도 내부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아 매년 엉터리 평가를 남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신평사들의 개인 신용등급 평가도 제각각 틀린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개인 대출 시 은행이 신평사 신용평가를 기준으로 다시 신용평가를 할 때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나오기 있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평가 기준도 정보공유 제한이나 정량적 평가를 마땅히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정확성에서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엉터리 평가를 하는 신평사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에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금감원이 신평사들의 신용평가 내용에 대해 적절성을 평가하기에는 자칫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금감원이 규제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신평사의 신용평가 내용을 검증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평가과정에서 내부기준이나 절차 준수, 사후검증시스템 작동 등 외부적 요소만 평가할 수 있어 금융당국이 엉터리 신용평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신평사들의 잘못된 신용평가로 피해를 본 투자자나 개인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도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성을 밝히기 어려워 사실상 신평사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채권 전문가 중 신평사의 신용평가를 곧이곧대로 믿는 전문가들의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신평사들이 내부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계속 불신만 깊어져 결국 증권사나 해외IB(투자은행)들이 다시 자체 평가에 돈을 투입하는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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