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뒷북으로 투자자 피해만 급증
최근 웅진 사태에서 신평사들이 뒤늦게 웅진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뒤늦게 우량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등급으로 떨어뜨려 엉터리 뒷북 평가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매년 되풀이되는 신평사들의 뒷북 평가에 이번 기회에 책임을 물어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 3곳이 엉터리 신용평가를 하고 있지만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형편”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내 신평사들의 과점체제 해소와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규제 강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평사들의 개인 신용등급 평가도 제각각 틀린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개인 대출 시 은행이 신평사 신용평가를 기준으로 다시 신용평가를 할 때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나오기 있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평가 기준도 정보공유 제한이나 정량적 평가를 마땅히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정확성에서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엉터리 평가를 하는 신평사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에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금감원이 신평사들의 신용평가 내용에 대해 적절성을 평가하기에는 자칫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금감원이 규제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신평사의 신용평가 내용을 검증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평가과정에서 내부기준이나 절차 준수, 사후검증시스템 작동 등 외부적 요소만 평가할 수 있어 금융당국이 엉터리 신용평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신평사들의 잘못된 신용평가로 피해를 본 투자자나 개인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도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성을 밝히기 어려워 사실상 신평사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채권 전문가 중 신평사의 신용평가를 곧이곧대로 믿는 전문가들의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신평사들이 내부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계속 불신만 깊어져 결국 증권사나 해외IB(투자은행)들이 다시 자체 평가에 돈을 투입하는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