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몰락 “MBA 출신 과신도 한몫했다”

입력 2012-10-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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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M&A가‘승자의 저주’자초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그룹에 몸담은 전·현직 MBA(경영학석사) 출신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해외유명 MBA 졸업생에 대한 윤석금(67) 회장의 ‘무한 신뢰’가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샐러리맨 신화’로 추앙받던 윤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면서 재계에 주목을 받았다.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공격적인 M&A를 주도해 왔다. 하지만 이면에는 MBA 출신들을 너무 믿은 나머지 과욕을 부린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지주회사체제, MBA 출신 전면 등장= 윤 회장은 2007년 7월 웅진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기획조정실의 책임자로 Y 상무를 선임했다. Y 상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이다. BCG는 우수한 MBA 출신들을 영입해 기업의 M&A를 검토하거나 신사업 전략을 세우는 컨설팅 기업이다.

2007년은 이번 사태의 진앙지인 극동건설 인수 시점이다. 웅진그룹은 론스타에게 6600억원을 주고 극동건설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정도로 인수 금액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Y 상무는 2008년 3월경 극동건설 전략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룹 기획조정실의 바통은 K 전무에게 넘겨졌다. Y 상무는 2010년경 I그룹으로 이직했다.

◇계속되는 MBA ‘젊은 피’ 수혈= K 전무 역시 컨설팅기업인 아서디리틀(ADL) 컨설턴트 경력을 갖고 있다. 2003년 웅진코웨이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2007~2009년 웅진홀딩스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당시 K 전무는 태양광사업 진출과 웅진케미칼 설립에 밑그림을 그릴 정도로 그룹의 사업구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S 전무가 웅진홀딩스 대표로 오면서 기획조정실장을 겸하게 됐다. S 전무는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 MBA 출신으로, 공교롭게도 Y 상무가 근무했던 BCG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웅진그룹은 이들이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던 2008년과 2010년에 각각 웅진케미칼,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웅진그룹은 현재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웅진식품 등 총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MBA 출신들에 대한 윤석금의 ‘과신’= 웅진그룹 내부에서도 MBA 인재들에 대한 평소 윤 회장의 남다른 애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던 윤 회장의 눈에 이들 40대 젊은이들의 역량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웅진그룹 관계자는 “K 전무는 회사 내부에서 굉장히 촉망받는 인재였다. 윤 회장이 그를 무척 신뢰했다”며 “웅진코웨이 전략기획본부장, 웅진홀딩스 기획조정실장, 북센 대표까지 요직을 두루 거친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엘리트로 소문난 S 전무도 윤 회장이 평소 매우 가까이 했다”며 “MBA 출신들이라고 다 잘할 순 없을텐데 그들을 과신한 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 중 하나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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