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업계에 따르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좌초 위기다. 이번 위기도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첫 번째 위기는 2010년 3월에 겪었다. 표면적으로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토지매입 대금을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의 1대 주주였던 삼성물산은 출자사들이 지분별로 2조원 증자할 것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코레일을 비롯해 전략·재무 투자자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례에 따라 건설 투자자가 지급보증을 서서 사업비를 대라고 주장하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45.1%(27만600주)를 반납하면서 드림허브 지분 6.4%를 보유하는 소액출자사로 전락했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넘겨받아 용산역세권개발㈜의 1대 주주가 된 롯데관광개발과 다시 한 번 붙었다. 드림허브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본금이 대폭 줄어든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의 공사비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용역비도 지급하지 못했다.
이처럼 자금 조달이 어려운 이유는 주도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은 이유는 사업의 규모와 지분구조 때문이다. 용산역 주변의 부지는 대부분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다.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을 위해 프로젝트금융회사(PFV)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이하 드림허브)를 설립했다. 30개사가 모여 만든 드림허브의 지분 중 코레일은 25%를 보유하면서 1대 주주로 돼 있다. 30개사는 건설 투자자와 전략 투자자, 재무 투자자로 나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드림허브는 용산역세권 개발 프로젝트의 시행사로 용산역세권개발㈜이라는 자산관리회사(AMC)를 만들었다. 용산역세권개발㈜의 주식 중 롯데관관개발이 70.1%로 1대 주주가 되면서 코레일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땅 주인이 자기 목소리를 마음껏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건설사는 이번 위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드림허브의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사업주도 측에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처럼 지분이 적은 회사는 사업 재개에 힘을 불어넣기 힘들다”며 속내를 비쳤다. 그나마 건설 분야에서 6.4%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도 사업주체들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재무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용산개발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역할이 확실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 관계자는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불신의 벽이 너무 높아 파트너로서 함께 갈 수 없는 상태”라며 “롯데관광개발이 물러나면 코레일이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인수한 뒤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