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주식 형태 자산…재원 마련 한계 지적
대기업들의 기부금이 자사와 관계있는 공익재단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요 대기업의 공익재단 역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에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들이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를 위한 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서, 최근에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익법인들이 공익사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자립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주요그룹 소속 공익재단들 대다수가 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한 주식을 재원으로 보유하고 있어 주식배당금만으로는 재원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말 주요그룹 소속 45개 공익재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개 공익재단이 보유주식의 90% 이상을 계열사 주식형태로 보유했으며, 평균 배당률도 1.59%에 불과했다.
또 공익재단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몇 년 전부터 공익재단의 세금탈루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펼쳤다. 또 정부는 지난 5월부터 8000여개 공익법인의 재무상태를 국세청 홈텍스 ‘공익법인 결산공시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익재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를 개선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자사 계열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공익재단이 총수일가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배당률이 낮아 재원마련에 한계가 있다”며 “아울러 계열사 주식이기 때문에 재원마련을 위해 임의적으로 주식매매를 할 수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익재단이 ‘공익’을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의 긍정적 역할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자사출연재단의 기부비중이 늘어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재계 전반에 기부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덕교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정부가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부분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정부는 기업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은 이어 “기업 기분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부에 관한 법적 내용을 총망라하고 정비해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은 해당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 개선 뿐 아니라 실제 시장가치 상승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병도 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발표되면 해당 기업의 가치가 평균 1.04%(1000억원) 오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기업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봉사에 임한다면 기업가치는 1%가 아닌 10∼20%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