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대학 농구의 최강은 경희대였다. 12개팀이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풀리그를 펼쳐 우승팀을 가리는 리그 제도에서 경희대는 2011년 22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역시 21경기를 치른 현재 20승 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확정지은 상태다. 9월 12일 오후 5시에 열리는 성균관 대학교와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지은 셈이다.
경희대가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데에는 무려 26년간이나 경희대 감독을 역임하며 묵묵히 팀을 이끌고 있는 최부영 감독의 공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년 졸업을 앞둔 4학년생 포워드 배병준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경희대는 지난 9월 7일 동국대와의 20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하며 올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 경기에서 경희대는 79 : 62로 승리했다. 외형상 32득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민구와 후반에만 19점을 올리며 총 22득점을 올린 두경민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시즌 내내 꾸준히 기복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후배들을 이끈 배병준 역시 단연 우승의 주역이다.
배병준의 최대 강점은 언급한 바대로 기복없는 안정된 경기력이다. 오는 10월 8일 열릴 예정인 프로 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배병준은 같은 졸업반 선수들과의 기록 비교에서도 그 기량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올시즌 3점 슛 성공율과 2점슛 성공율 부분에서 각각 43%와 63의 높은 성공율을 자랑하고 있다. 슛 종합 성공율은 55%다. 4학년 선수들 중 배병준보다 높은 3점슛 성공율을 자랑하는 선수는 연세대의 가드들인 박경상(46%)과 김지완(44%) 뿐이다. 하지만 박경상은 3점 슛 시도 자체가 배병준의 3분의 1 수준이고 김지완 역시 전체 3점 슛 시도 빈도가 배병준의 70% 정도다.
2점슛 성공율로 범위를 확대해도 배병준의 야투 성공율 63%는 최상위권 수준이다. 중앙대 장재석(70%)과 유병훈(65%) 정도만이 상대적으로 높은 2점슛 성공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장재석의 포지션은 센터이고 가드인 유병훈은 3점슛 성공율이 배병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38%다.
단순한 야투 성공율 외에 실제로 출전한 10분당의 평균 득점(5.17득점)이나 경기당 평균 득점(13.62득점) 등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배병준은 특히 실책이 단 20개에 불과해 어지간한 선수들보다는 실책이 절반 이상 적은 편이다.
또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배병준의 장점은 바로 해결사적인 능력이다. 올해 3월 19일에 열린 연세대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18점차로 팀이 뒤지고 있을 때 3점슛 5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총 25득점을 올려 경희대의 대 역전승을 이끌었다. 전반기 라운드 이후 휴식기를 가진 뒤 후반기 라운드 첫 경기로 열린 명지대와의 경기(8월 27일)에서도 3점슛 4개를 포함해 22득점을 올리며 수훈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승을 위한 중요한 길목에서 특히 빼어난 활약을 펼친 셈이다.
마산동중과 용산고를 두루 거친 배병준은 중학교 시절 춘계연맹전 8강전 삼일중과의 경기에서 3점 슛 12개를 던져 무려 11개를 성공시키는 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용산고 3학년 시절 춘계 연맹전에서도 라이벌 경복고를 상대로 3점슛 5개를 포함해 31점을 기록하며 대회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통 슈터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한국 남자 농구계에서 배병준의 등장은 기대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