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모임, 17일 금산분리 강화법 발의…여의도硏, “과도한 재벌 때리기 안돼” 제동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민주화 실현 방안을 두고 같은 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재벌규제에 초점을 맞춘 당내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은 11일 오전 여의도연구소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이어 의결권 제한 등 금산분리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이하 여연)도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주로 보수·성장론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경실모에서 진행되고 있는 급진적 경제민주화 논의를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선공약이 확정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경실모는 이날 회의에서 금산분리 강화법안에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9%에서 4%로 하향 조정하고, 중간금융지주회사제와 자본적정성 평가를 실시토록 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시 한시적으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의 산업자본 의결권을 5%로 제한키로 했다.
경실모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경제민주화 5호 법안을 17일 공식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 대표 발의를 맡은 김상민 의원은 “자본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금산분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실모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4개를 만들었다. 1호 기업인의 경제범죄 형벌 강화, 2호 일감 몰아주기 금지, 3호 신규 순환출자 금지, 4호 횡령·배임시 제2금융사 대주주 자격 제한이다. 오는 18일엔 김종인 당 국민행복특위 위원장을 초청해 그간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한 평가를 듣는 자리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연은 경실모가 ‘재벌개혁’에만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연의 이번 토론회는 “경제민주화의 초점은 재벌규제가 아니다”라는 박 후보의 우려도 일정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연 소장인 김광림 의원은 다소 보수적 시각을 가진 경제통이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강석훈 의원은 박 후보의 경제멘토다.
발제자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실모의 신규 순환출자 규제와 의결권 제한에 대해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른 해법으로 “실질 소유권을 초과하는 의결권의 행사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히 시장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경제민주화가 과도한 ‘대기업 때리기’로 흐르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재벌을 대상으로 과거에 대한 경제적 징벌이나 핵심 사업의 성장 억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중원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은 대기업진단에 직접 규제를 가하는 방식 대신 △회계투명성, 사회적 감시시스템 강화 △부당한 의사결정권 행사에 상응하는 엄정한 법집행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