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상구 어디에]'저축' 없는 저축은행…퇴출 공포만 '입금'

입력 2012-09-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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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굴릴 곳 없어 예금금리 뚝뚝…고객 불안감까지 더해 수신액 급감

“저축은행 수신액이 시중은행 대형지점도 못한 곳이 수두룩해 거의 고사 직전에 놓였다. 돈이 들어온다고 해도 마땅히 굴릴 데도 없어 오죽하면 시장금리보다 조금 나은 저축은행중앙회에 돈을 맡기겠는가.”-A 저축은행 관계자

“정부가 새로운 먹거리로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과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 등을 허용했지만 할부금융시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한데다 시장개척에 비용이 많이 들어 사실상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도 지금과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대출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사실상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돌파구가 없다.”-B 저축은행 관계자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솔로몬·한국·미래·한주 등 4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커졌다. 사진은 영업정지 직후 서울 강남구 솔로몬저축은행 대치본점에서 고객들이 예금자 설명회 안내문을 보고 있는 모습.
수익성 감소로 경영 위기에 내몰린 저축은행들이 마땅한 먹거리도 마련하지 못해 업계 전체가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예금보험공사가 자산규모 1조원대의 모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예고해 추가 퇴출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영업중인 전국 93개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는 5월말 현재 44조4875억원으로 올 들어 3조6412억원이 급감했다. 저축은행 사태 이전인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25조원이 빠져나갔다.

이 같이 저축은행 수신액이 급감하고 있는 이유는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고객들의 불신감과 정기예금금리도 사상 처음으로 은행과 비슷한 3%대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금리 3%대로 내려 앉았다는 의미는 더 이상 저축은행이 지난해처럼 7%대의 고금리로 고객들을 유혹하던 시절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부동산 대출 시장이 침체된데다 마땅히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수신액 급감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대출 수요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돈 굴릴 곳도 없어 현재 역마진이 우려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예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며 “마땅한 새 먹거리도 없어 이대로 가다간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와의 경쟁은 고사하고 시중은행과도 예금 유치 경쟁이 되지 않아 저축은행 전체가 없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저축은행이 예금을 받아도 돈 굴릴 곳이 없자 시중금리보다 조금 높게 이자를 주는 저축은행중앙회 예탁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예탁금은 8월말 현재 5조4500억원으로 2010년 12월말 3조1000억원보다 무려 2조3500억원이 늘었다. 저축은행수가 2010년도 말 106개에서 현재 93개로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더 크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솔로몬·한국·미래·한주 등 4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커졌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한국저축은행 고객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고 있는 모습.
수익성 감소가 계속되자 저축은행 절반가량이 적자를 격고 있고 40%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 3분기까지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한 영업중인 저축은행 89곳 중 43곳이 적자를 나타냈다. 자본잠식도 심각해 올 3월말 기준 37곳의 저축은행이 자본잠식 상태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저축은행도 7곳인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할 경우 저축은행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살아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규제완화를 통해 생존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저축은행을 살리기엔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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