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목표주가 괴리율 심각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주가 괴리율에 두번 운다
투자지표로 활용된 주가 괴리율, 무용지물
증권사 3곳 이상 목표주가 제시한 241개 종목중 ‘30% 격차 158개 달해’
# 명예퇴직 후 담뱃값이라도 벌어 볼 요량으로 주식투자에 손을 댄 K(남·61)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실적호전으로 앞으로 주가는 더욱 오를 것이라며 A사 애널리스트가 추천해준 A 종목이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곧 받등할 것이란 지속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을 모르듯 곤두박질치고 있다. K씨는 애널리스트가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강력매수(Strong Buy)’의견을 내는 등 매수를 적극 추천했기 때문에 그 종목을 선택했다고 한다. K씨는 주가 괴리율이 커서 ‘정말 이 금액까지 오를 수 있겠구나’라는 장미빛 단꿈에 빠져들어 투자를 한 것이다.
#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는 친구 말에 솔깃해 직접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은 P(여·32)씨는 애널리스트들의 말만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 B 종목은 매수 투자의견을 낸 증권사 20여 곳 모두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잡았는데 전일 종가와 대비해보니 괴리율이 70%에 육박했다. 매수를 추천하는 종목의 현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인데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는 단 한 차례도 하향 조정이 되지 않았다. 애널의 레포트만 믿고 계속 보유해서 결국 투자금의 80%를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https://img.etoday.co.kr/pto_db/2012/09/600/20120904092425_221114_580_489.jpg)
개인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주가 괴리율이 높은 종목을 사는 섣부른 투자를 하기 일쑤다. 더욱이 최근 안갯속 장세가 지속되면서 목표가와 현재가의 차이(주가 괴리율)가 큰 종목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괴리율이 70~80%에 육박해도 목표주가를 소폭 하향하거나 아예 하향 조정을 취하지 않고, 또 현주가보다 과하게 높게 목표주가를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목표주가를 맹신했다간 손해를 입기 쉽상이다.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일 종목에 대해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3개 이상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해 평균값을 도출한 241개 종목 가운데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의 격차가 30% 이상 나는 종목은 158개(65.56%), 50% 이상 벌어진 종목은 98개(40.66%), 100% 이상 나는 종목은 모두 24개(9.95)에 달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STX조선해양이 목표주가(증권사 3사 이상 1월2일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값 7만9667원)와 현재주가(8월28일 종가 1만5250원)의 차이가 무려 422.21%를 기록해 주가 괴리율 1위를 차지했다. 2위도 STX그룹의 STX팬오션이 주가 괴리율 152.52%를 기록해 이름을 올렸다. 그 뒤로는 웅진씽크빅(143.80%), 카프로(139.98%), 디아이씨(128.28%), 금호석유화학(125.20%), S&T모티브(122.50%), 세아베스틸(121.01%) 등 순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아이씨디의 주가 괴리율이 무려 422.41%에 달했다. 이어 네오위즈게임(199.48%), 메가스터디(179.06%), 아바코(175.50%), OCI머티리얼즈(163.10%), 홈캐스트(157.44%), 엘엠에스(149.67%), 하나마이크론(140.77%)이 순위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의 주가수익비율과 순자산비율, 자기자본수익률 등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목표주가를 제시한다고 한들 ‘신만이 안다’는 주가를 어떻게 정확하게 맞힐 수 있겠냐”며 “그래도 평균적으로 보면 상승장에서 괴리율이 높을수록 상승탄력이 커지는 등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목표가와 현주가 사이에 갭이 벌어지는 것은 개별 종목의 이익 모멘텀 이외에도 주변 재료와 수급 등 수많은 요인에 따라 발생한다”며 “보조지표가 다 그렇듯 대단한 적중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며 보조지표는 다양한 자료를 감안해 복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