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수출 잠재력 대기업보다 높아…경제력 집중 해법도 '허리 키우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근원적 과제다. 여기에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소득계층 및 지역 간 격차로 인한 양극화 문제는 이미 경제 문제를 떠나 사회갈등의 씨앗으로 발전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90년 75.4%에 달했던 중산층 비중은 2000년 71.7%로 떨어진 데 이어 2010년에는 67.5%까지 추락했다. 반면 전체 수출 가운데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62.8%에서 2011년 63.1%로 늘어났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가 사라지고 특정 계층과 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경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견기업을 위한 새로운 ‘공정거래협약평가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지난달 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확정한 ‘중견기업 3000 플러스 프로젝트’의 첫 번째 후속 대책이다.
그동안 정부의 기업정책에서 중견기업은 철저하게 소외돼 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은 있어도 중견기업을 위한 정책은 사실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기피한 대표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해 중견기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정부는 지난 5월에는 중견기업 정책 추진 전담 조직인 지식경제부에 중견기업국을 신설하는 등 중견기업 육성에 본격 나서고 있다. 중견기업 육성이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중소기업 격차 심화에 따른 양극화 해소를 위해 우리 경제에 필수적인 과제라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불확실한 세계경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한 중견기업군은 미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사실 중견기업이 견고한 국가는 빠른 위기극복과 안정적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는 반면 소규모 기업 중심 국가는 취약점 노출 및 회복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독일과 미국 등에 비해 소기업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스페인 등은 위기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에서 중견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증가 추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2007년 970개에서 2010년 1291개로 늘어났을 뿐이다. 전체 기업의 0.04%다.
그러나 투자 확대 및 내수활성화, 수출 증대의 기여도 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2011년 총 설비투자 중 중견기업의 비중은 25%에 이른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일자리는 12만8000개가 증가해 대기업의 8만개보다 많았다. 또 수출증가율은 12.8%로 총수출증가율 7.9%를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성과 측면에서는 대기업보다 활발한 고용창출과 수출증대로 향후 우리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중견기업의 성장 걸림돌을 정부가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의 방침대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무역 2조 달러 실현의 핵심 주역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중견기업의 현실과 정부의 지원대책 그리고 중견기업 성장의 조건 등을 집중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