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들, 아시아 기업 발행 사무라이본드에 식욕

입력 2012-08-3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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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선호 심리 부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기업들이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 이른바 ‘사무라이본드’에 강한 식욕을 나타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러더스를 포함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기업들이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사무라이본드 시장은 한동안 냉각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들어 해외 시장에서 익스포저(리스크 포함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일본에서 사무라이본드에 대한 매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작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으로 일본 국내의 익스포저에 편중된 데 대한 리스크가 부각된 이후 일본 투자자들의 사무라이본드 쏠림 현상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전까지 일본 내 최대 회사채 발행업체였지만 사고 이후 회사채 가격은 폭락했다.

유럽 채무위기로 유럽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꺼리면서 그 공백을 아시아 기업들이 대신하고 있다. 이는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외국 정부나 기업에는 일본의 저금리를 이용해 자금 조달 기회를 확대 제공하는 한편 투자자들은 일본 내 채권이 제공하는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사무라이본드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JP모건증권의 크리스 애봇 애널리스트는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매입에 여전히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일단 발행 기업이 기준에 적합하면 환영받는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규모는 올들어 지금까지 72억달러였다. 이는 작년 동기의 82억달러에는 못미치지만 2010년에 비하면 20% 증가한 수준이다. 유럽 기업들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규모는 34% 감소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최성환 국제 금융부장은 “사무라이본드 시장에는 유동성과 투자가가 풍부해 달러 기준 채권 시장에 비해 가격 변동률이 낮다”며 “이것이 발행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10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4분기에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태국 정부도 지난달 2008년 이후 처음 20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마크 리히 신디케이트론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최근 아시아의 채권 발행 기업을 모집하기 위해 ‘리버스(역) 로드쇼’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로드쇼는 발행 기업이 잠정 매입자를 모집하기 위해 실시한다. 그만큼 일본 투자자들의 의욕이 강하다는 의미다.

후코쿠캐피털매니지먼트의 사쿠라이 유우키 사장은 “현재는 사무라이본드에 투자하지 않고 있지만 고객들이 익스포저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자산을 지리적으로 다양화하려는 한편 환율 변동 리스크는 바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엔고 현상으로 엔화 표시 채권을 고집한다고 사쿠라이 사장은 덧붙였다.

엔화 가치는 지난 3월 달러당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6.5% 상승했다. 30일 뉴욕 시장에서는 달러당 78.63엔을 기록했다.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절차는 까다롭다. 발행 시에 방대한 양의 일본어로 된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금이 많이 필요한 대기업이 발행하기가 수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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