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건 싫어"… 한정판 커피ㆍ케이크 가게로 몰린다 1% 원두·정용진 샌드위치·유기농 등…강남 '먹는' 스타일
“스타벅스나 카페베네 같은 곳은 전국 어디에서나 거의 매장 인테리어나 커피 맛이 똑같잖아요. 많은 매장을 운영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니까 당연하죠. 그런데 저는 회사에서 연구해서 ‘사람들은 대개 이런 맛이나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결정한 것을 그대로 따르고 싶지 않아요. 제가 선택한 게 아니잖아요” 토요일 오후 도산공원 근처에서 만난 유모(26·여)씨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는 없는 것’을 찾기 위해 강남으로 향한다. 이들은 어느 곳에서나 보편화 돼 있는 천편일률적인 문화를 소비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그 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는 이들의 발걸음을 강남으로 이끄는 요인 중 하나이다. 강남의 음료·음식은 대형 철저하게 대중에 맞춰 계량된 것보다 개성이 살아 있는 편이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커피는 일종의 패션이 됐다. 강남에는 원두의 원산지나 로스팅, 매장 분위기까지 까다롭게 따지는 동시에 추구하는 깐깐한 커피손님이 많다. 직접 커피를 볶아 내리는 ‘로스터리 카페’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루소랩은 그 중에서도 매니아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 곳으로 꼽힌다.
루소랩은 ‘큐그레이더(Q-grader)’가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유명하다. 큐그레이더는 커피 원두의 품질과 맛, 특성을 감별해 좋은 원두를 선별, 평가하는 커피감정사를 말한다. 현재 CQI(Coffee Quality Institute·큐그레이더 자격 심사 기관)의 인증을 받아 활동하는 큐그레이더는 세계적으로 1000명 정도다. 루소랩에는 이 가운데 5명의 큐그레이더가 상주한다.
한정판 커피 메뉴가 특징인 곳도 있다. ‘국가대표 바리스타’로 유명한 안재혁씨가 운영하는 커피렉이다. 커피렉의 원두는 재고와 수급여건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원두가 떨어지면 더 이상 만들지도 않는다. 이 곳의 커피는 안 씨가 직접 연구해 만든 커피로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다. 어느 곳에서나 맛 볼 수 있는 흔한 커피를 거부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유명 인사나 스타들과 같은 생활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도산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강남의 거리가 가진 매력 중 하나일 수 있다. 때로 그들이 찾는 음식점 등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기도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즐겨 찾는 것으로 유명한 ‘세시셀라’도 이 경우에 속한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뉴욕에 왔는데요. 여기저기 샌드위치 먹어봐도 (도산공원의) 세시셀라가 더 맛있어여”라는 글을 남긴 일이 있다. 이후 이 카페는 불시에 유명세를 탔다. 이 곳의 샌드위치는 저렴하지 않지만 최고급의 자연 재료로 만들어 특별하다. 카페 입구에 늘 고급 외제차가 북적이는 이유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품목은 당근케이크다. 1인당 2개 이상 판매하지 않는 한정 상품이다. 만들기 위해서는 6시간 동안 반죽 후 숙성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시셀라 관계자는 “100% 우유생크림, 순수버터만을 사용해 매장에서 직접 반죽한다”며 “일체의 제과점용 믹스, 마가린,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보급형’ 거부한 강남계란
계란에도 강남스타일은 있다. 지난달 문을 연 SSG푸드마켓 청담점에서 파는 방사유정란은 ‘아무나 구할 수 없는’ 귀한 계란이다. 유기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전날 낳은 것으로 요즘처럼 더운 계절에는 닭들이 알을 적게 낳아 하루 40∼60개밖에 입고되지 않는다. 가격도 비싼 편이지만 문을 연지 10분 만에 모두 팔려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SSG푸드마켓 청담점 고객의 70% 이상은 매장 주변 강남·서초구 주민이다.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확실한 식재료를 선호하는 강남의 정서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다. SSG푸드마켓 관계자는 “지역 수요를 반영해 판매하는 식재료와 매장 분위기 모두 쉽게 볼 수 없는 컨셉을 지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