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가 지금의 부동산시장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이 너무 조용하다. 매수자와 매입자가 서로 다른 기대를 하면서 거래가 사라졌다. 사해에 물은 들어오는데 나갈 곳이 없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집값이 보합 또는 소폭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안정된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래량이 끊겨 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7일 온나라부동산정보에 따르면 올 7월말 현재 주택거래량은 7만8401가구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7월 거래량이 11만6765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32.9%가 줄어든 규모다. 유형별로 다세대주택 거래량은 99.5%나 감소했다. 연립주택 거래량은 48.4%, 아파트는 30.2%, 단독주택은 30.2%씩 줄었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부동산시장의 호황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집값 상승은 포기한 지 오래다. 낮은 가격이더라도 거래가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한 건설업계 임원은 “집값은 이미 하락했다. 가격이 더 떨어지더라도 거래가 활발해야 한다”며 “주택거래가 이뤄지면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가 끊긴 데는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미스매칭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집주인은 지금 집값이 너무 떨어져서 현재 가격으로는 내놓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급매를 지켜본 매수자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현재가보다 낮은 가격을 부른다.
급매물이 집값을 떨어뜨리긴 했지만 ‘보금자리주택’도 집값을 낮추는데 큰 힘을 보탰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변시세보다 70~85% 저렴한 아파트를 분양해 집값을 낮추는 게 목적인 정책이다.
문제는 발표 시점이다. 2008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정부는 나흘 뒤인 19일에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내놨다.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격하락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우는 아이의 뺨을 힘차게 때린 셈이다.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은 그 결과다.
건설업계는 올 8월부터 보금자리주택의 거주의무기간과 전매제한기간이 완화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대기자들이 집값 하락의 기대 심리를 강화하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보금자리주택 혜택을 늘리면서 가격하락의 심리가 펴져서 주택 매수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장은 정부의 정책에 헷갈려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나 부동산 취득세 감면 연장처럼 거래활성화 대책과 함께 보금자리주택 규제 완화처럼 거래억제 정책을 함께 실시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정부가 거래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인지, 집값 하락 기대감을 촉진시켜 주택거래를 막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시그널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