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덮친 미투 바람
△미샤의 블러셔 Vs 슈에무라의 블러셔, 미샤의 트리트먼트 에센스 Vs SK-II의 에센스 △토니모리의 젤아이라이너 Vs 바비브라운의 젤아이라이너, 토니모리의 쉬머 러버 큐브 Vs 바비브라운의 쉬머 브릭 컴팩트 △더페이스샵의 프라이머 모공밤, 에뛰드하우스의 앵두알 맑은 틴트 Vs 베네피트의 모공밤과 틴트 △숨37의 루미너스 트리트먼트 Vs SK-II의 화이트닝 스팟 스페셜리스트 △조성아 22의 C&T 블렌더 Vs 오리지널 로우 원스탑 컴비네이션 크림 △이니스프리의 미네랄 멜팅 파운데이션 Vs SK-II의 파운데이션 등.
이 제품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눈으로 보면 너무나 똑같은 외관에 얼핏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차이점은 회사와 제품 이름만 다르다는 점이다.
화장품 업계의 ‘베끼기 문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인기있는 타사제품을 복제 수준에 가까운 미투 제품(me-too·모방 제품, 베낀 제품)을 내놓고 있다. 히트제품이 등장하면 곧바로 이와 비슷한 미투 제품을 출시해 인기에 편승한다. 또 브랜드숍(한 회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제품만을 판매하는 상점) 업계에서는 명품 브랜드를 따라한 ‘저렴이 제품(비싼 수입제품보다 값이 저렴한 브랜드숍 제품)’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미투 제품이 봇물처럼 출시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등장한 브랜드숍 미샤가 작년부터 비교 품평회 마케팅을 진행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미샤는 ‘비교 품평회’ 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비교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자사 제품과 수입 브랜드 제품을 비교·분석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수입 브랜드와 똑같은 유사제품을 만들고 이를 자극적으로 홍보하는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비교품평회 시리즈 1탄에서는 해외 화장품 SK-II의 ‘피테라 에센스’와 경쟁하겠다며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출시했으며,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였다.
이어 2탄에서는 에스티로더의 히트 상품 ‘갈색병’(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과 유사한 ‘보라색병 에센스(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를 내놓아 또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부터 광고와 판매를 시작해 3개월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두개의 미투 제품이 흥행열풍을 이어감에 따라 미샤의 지난 1분기 실적도 대박을 터트렸다. 에이블씨앤씨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819억원,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50.7%, 432.8%씩 증가했다.
최근에는 랑콤 마스카라에 도전한 제품도 내놓았다. 일부 화장품 전문 커뮤니티에서는 가짜라는 의미의 ‘짭샤’와 ‘따라한다’는 의미의 ‘복샤’ 등의 불명예스런 별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미샤가 내놓은 미투 제품들은 매번 대박을 터트리면 매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랜드숍 관계자는 “미샤의 이 같은 성공을 지켜본 브랜드숍 업계가 미샤의 비교 마케팅을 모방하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의 미투 열풍이 시작됐다”며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실속위주의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미투 제품은 값비싼 수입화장품의 성분과 똑같은 콘셉트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어 당분간 미투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똑같아 소비자들 혼란 가중…업체는 시름시름= 화장품 미투 제품은 너무 똑같아 원조 업체들은 속앓이를 하며, 소비자들은 두 제품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홈쇼핑에서는 각기 다른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지만‘조성아 22’와 ‘오리지널 로우’를 똑같은 제품으로 인식하는 고객들이 많아 혼선을 빚고 있다. ‘조성아 22’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성아 원장이 올해 3월 론칭한 브랜드이며, ‘조성아 로우’는 조 원장과 국제약품이 협업해 탄생한 제품으로 지난 4월 계약이 종료되면서 명칭이 ‘오리지널 로우’로 변경됐다.
조성아 22가 지난 3월 론칭한 ‘C&T 블렌더’가 ‘올킬 파운데이션’이라는 별칭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직후 국제약품에서 ‘오리지널 로우 원스탑 컴비네이션 크림’을 출시되면서 미투 논란이 뜨거워졌다.
두 제품은 용기 디자인이 똑같다. 또 C&T 블렌더가 일명 ‘올킬 파운데이션’불리는 반면 원스탑 컴비네이션 크림은 ‘썬킬 크림’이라는 별칭까지 닮았다.
홈쇼핑 제품 구성에 포함되어 있는 네온컬러의 ‘플레이버풀 립스틱 3종(조성아 22)’와 ‘카메라 레디 립 네온 틴트 4종(오리지널 로우)’도 디자인이 흡사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성아 22 관계자는 “두 제품의 디자인과 별칭까지 닮아 있는데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의 ‘저렴이 버전’이 인기를 끌면서 제품력과 디자인을 모방한 국내 브랜드의 미투 제품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국내 브랜드 사이에서는 처음 있는 사례이며 기존에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두 업체 사이의 일이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조 업체들은 원조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는 미투 제품으로 인해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개발비용은 물론 모든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진동파운데이션 붐을 이끌어냈던 한경희뷰티의 경우 ‘불법복제’에 시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경희뷰티가 개발해 지난해 말 출시한 ‘진동파운데이션’ 제품이 큰 인기를 얻자 대형 뷰티브랜드와 저가 화장품 브랜드가 너나할 것 없이 잇따라 진동 화장품을 내놨다.
다양한 브랜드의 진동화장품 출시로 인해 전체 시장규모가 커진 것은 긍정적인 효과이며, 아직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연구와 검증없이 출시된 일부 제품으로 인해 한경희뷰티의 제품까지 외면받는 등의 악영향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들여 개발했는데 복제품 난립으로 허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기능을 따라하고 제품명과 다자인까지 따라하는 것은 불법 복제와 다름없다”며 “원조업체들의 매출손실은 물론 제품 개발 의지를 꺾고 있어 국내 화장품 업계는 미투 제품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