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상품 전성시대]누가 '원조'일까요?

입력 2012-08-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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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브랜드 모방 상품 봇물…원조는 울고 소비자는 헷갈리고

▲왼쪽부터 광동제약 '힘찬하루 헛개차', CJ제일제당 ‘컨디션 헛개수’, 롯데칠성 ‘아침헛개’, 웅진식품 ‘홍삼 헛개수’. '힘찬하루 헛개차'가 가장 먼저 나왔지만 '컨디션 헛개수' 매출이 원조를 추월했다.
“왜 이렇게 비슷한 제품들이 많아?” 상품을 구매하면서 이런 고민을 한번 쯤은 했을 것이다.

한 제품이 인기를 끌게 되면 이름만 살짝 바꾼 비슷한 상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가히 ‘미투(me too)상품’의 전성시대다.

그러나 대부분 오리지널의 ‘벽’을 넘지못하고 아류(亞流)로 남지만 최근 불황과 맞물려 원조보다 더 많이 팔리는 상황까지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계속해서 미투상품을 내놓고 있다.

미투상품은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 또는 경쟁 관계에 있는 스타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돈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하자마자 기능과 디자인까지 유사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원조업체 들이 고민에 휩싸였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기제품의 컨셉과 디자인을 모방해 미투 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울상 짓는 중소기업이 꽤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은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시장을 어지럽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미투제품이 파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는 광동제약의 ‘힘찬하루 헛개차’다. 국내 헛개음료 시장은 2010년 4월 광동제약이 ‘힘찬하루 헛개차’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기다렸다는 듯이 CJ제일제당이 ‘컨디션 헛개수’, 롯데칠성 ‘아침헛개’ 웅진식품의 ‘홍삼헛개’등이 대기업에서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가 1년 4개월 만에 광동제약 ‘힘찬하루 헛개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원조업체를 뛰어 넘었다.

식품 외에 화장품, 스타일 및 패션 분야에서도 미투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투 상품은 화장품 분야에선 값비싼 수입화장품의 성분과 컨셉으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미투 제품이 봇물처럼 출시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등장한 브랜드숍 미샤가 지난해 부터 비교 품평회 마케팅을 진행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미샤는 해외 화장품 SK-II의 ‘피테라 에센스’와 경쟁하겠다며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출시했으며,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였다. 에스티로더의 히트 상품 ‘갈색병’(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과 유사한 ‘보라색병 에센스(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를 내놓아 또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부터 광고와 판매를 시작해 3개월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컨셉만 흉내내는 바람에 품질관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제품 개발의지를 꺾으면서 여러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식품 등은 기술은 대체로 평준화돼 있어 제품의 개발 아이디어나 컨셉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미투상품이 독버섯처럼 기생해 혼란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투상품에 대한 처벌수위가 낮은 것도 가장 큰 문제”라며 “연구개발 없이 무임승차 하는 행태가 식품업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혁신적 기술제품들의 경우 미투상품이 양산됨으로써 대중화가 이뤄진다고 평가한다. 다만 미투제품이 단기적으로 1등의 인기에 기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얄팍한 상술로 출시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연구소 한 연구원은 “미투제품의 출시로 시장이 확대되고 새로운 산업군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안에서 분명한 자신만의 색깔 입히기가 필요하다”며 “기존제품을 따라하기 급급한 경우 시장의 파이가 커지진 않고 기업들의 수익성만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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