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MB정부 물가정책은 성공했다?"

입력 2012-08-02 09:36수정 2012-08-02 13:4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황의신 정치팀장

식탁물가가 불안하다. 식음료 기업들이 하반기가 되면서 생필품 가격을 앞다퉈 인상하고 있다. 라면업체들은 이달 들어 일제히 가격을 5~10% 올렸고, 수년간 제자리였던 맥주나 소주 가격도 조만간 오를 기세다. 이미 하이트는 맥주 출고가를 6% 가까이 인상했다.

사조 캔 참치, 흰 우유, 햇반 등 서민들이 주로 먹고 마시는 대부분 가격이 오를 조짐이다. 그동안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바람에 손실을 봤으니 어쩔 수 없다는 기업의 입장이야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에 지출을 줄여야 하는 국민의 처지에서는 생필품의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니 받는 충격도 크다.

예견된 일이다. 4년 내내 서민물가를 잡겠다며 기업들을 옥죄었으니, 임기 말이 되기까지 기다린 기업이 일제히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그동안 가격을 통제했던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도 지금에 와서는 기업의 제품가격 인상을 말리는 분위기는 아닌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까지 MB정부 4년간 평균 3.6%에 달하던 물가 상승률이 올 상반기에는 2.7%에 그쳤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에 불과하다. 12년만에 최저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생필품 가격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덜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2.7%로 낮춰 잡기까지 했다. 한국은행은 4월 전망치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3.2%로 예상했다.

모든 통계가 체감경기를 다 반영하는 것은 아니듯, 1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통계를 뜯어보면 고춧가루나, 배추, 쌀 같은 국민 식탁에 반드시 오르는 품목의 가격은 최대 70%까지 뛰었다. 전기·수도·가스요금도 6.6%나 올랐고, 그 외 전철료, 시내버스료, 학원비 등 직접 서민 주머니에 직접영향을 끼치는 품목은 대부분 두자릿수 상승했다. 무상보육 확대와 약값인하, 통신료 정책 등의 수혜를 입은 분야, 인위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진 품목이나 날씨 변동성에 영향을 받는 품목만이 큰 폭으로 가격이 내렸을 뿐이다.

결국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제는 가격 인상을 ‘허(許)’한다고? 4년간 잘 참고 버텨줬으니, 이제는 기분 좀 내라고? 그럼 서민들은? 한쪽에서는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데, 어쩌면 금융위기가 다시 닥칠지도 모른다는데, 그래서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당연히 직업이 ‘직장인’인 대다수 국민이 씀씀이도 줄이고 있는데, “지금 생필품 가격을 올리면 서민들은 어쩌란 말이냐.” 이런 항변에 곳곳에서 들려온다.

물가당국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하니 국민을 위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국민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한꺼번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부의 ‘당부’는 국민 입장에선 별로 달갑지 않다.

지금의 상황은 기업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은 MB정부 4년 사이 평균 2~3%대로 떨어졌다. 재계는 기업의 이상적인 영업이익률을 10%선으로 본다. 너무 높으면 돈만 아는 악덕기업으로 찍히기 십상이고, 10% 밑이면 주주들이 난리를 친다. 2~3%의 영업이익률이라면 주주에게 욕먹는 것을 넘어 투자축소 같은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면서 하나같이 ‘상황은 심각하나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인상을 최소화했다’고 말한다. 이 말이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마음대로 가격을 못 올리게 하는 정부에 대한 항의’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은 최소한으로 억제되고 있다. 생필품 가격 인상은 도미노처럼 번진다. 바꿔 생각해보면 지갑은 닫히는 데 상품가격은 오르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니 지갑은 닫히고, 지갑이 닫혔는데 가격이 오르면 덜 팔릴 것이 뻔하고, 그러다 보면 또 물가상승률은 최소화할 것이다. 대통령 취임이후 줄곳 집착했던 물가를 집권 마지막해에는 잡을테니, MB정부는 최소한 물가정책만큼은 성공했다는 평을 들을 수 있겠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