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몸과 마음도 지쳐가는 여름이다. 그래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폭염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2% 넘게 급등하며 1880선을 회복했다. 지난달 25일만해도 1770선마저 내주며 힘겹게 버티던 코스피지수가 불과 5거래일 만에 10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 과연 국내증시가 폭염만큼 뜨거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이제는 좀 쉬어가야 할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랠리를 이어가던 글로벌 증시가 슬슬 그 기운이 약해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유럽증시는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범유럽권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는 전일대비 0.8% 하락한 261.75로 장을 마감했다. 국가별로는 영국 FTSE100지수는 1.02% 하락했고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는 각각 0.03%, 0.88% 하락했다. 이탈리아 FTSE MIB지수와 스페인 IBEX35지수도 각각 0.62%, 0.94% 떨어졌다.
FOMC와 ECB 통화정책회의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부각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 유로존의 6월 실업률이 11.2%로 사상 최고수준을 유지했다과 미국의 민간 소비지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소식도 지수에 부담을 더했다.
같은 날 미국 뉴욕증시 역시 이틀째 하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64.33포인트(0.49%) 하락한 1만3008.68에,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98포인트(0.43%) 내린 1379.3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2포인트(0.21%) 하락한 2939.52에 거래를 마쳤다.
◇결과 전까지 관망세…지나친 기대는 말아야
글로벌 증시가 쉬어가면서 ECB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은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증시는 미 FOMC 회의와 2일 ECB 회의라는 양대 이벤트에 직면해 있다. 미 FOMC 회의에서 이번에 추가 금융완화조치를 단행하지 않더라도 시장이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ECB 회의에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재개되지 않으면 스페인은행 직접지원 무산과 같은 실망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ECB 회의를 놓고 드라기 ECB 총재와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 결과는 2일 오전에 예정된 양자 간 회동에서 판가름날 것인데 현재로서는 누가 우세할 것인 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다시 '선제적 액션'과 '확인 후 대응' 간 갈림길에 직면하며 시장은 ECB 회의 결과전까지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정책회의, 특히 ECB 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에 ECB에서 자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는 제한적이고 과거에 금리를 내리기 위한 ECB의 국채매입이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은 효과가 일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과거 금리를 낮추기 위한 ECB 정책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며 "현실적으로 ECB 정책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정위기를 해결할 정책이 나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 3차 LTRO와 국채 매입 프로그램 재개는 ECB의 단독 결정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의 반발과 효과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며 "따라서 8월 금리결정 회의에서 ECB가 제시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