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조짐이다. 최근 이틀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1조원 가량의 순매수를 나타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매도기조를 지속해 온 투자패턴을 ‘사자’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외국인은 지난 27일 4808억원에 이어 전일 역시 493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전일의 매수 규모는 매도세가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단일 기준 최고 금액이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환매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외국인은 신규매수 및 환매수가 혼재한 약 4600계약, 전일 310계약의 선물을 순매수했다. 전일 야간선물에서 역시 외국인은 900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매수는 주로 ‘전차(電車)군단’에 집중됐다. 지난 27일과 전일 모두 외국인 매수 종목 1, 2위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양일간 각각 5036억원, 969억원 어치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7월 들어 26일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도 상위에 자리한 삼성전자(4017억원)는 이번 달 단번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호실적 및 유럽 재정위기 해결 기대감이 외국인의 귀환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과 전일 2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741억원을 순매수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중 62%(6046억원)가 전기전자 업종에 할애됐다”며 “이처럼 외국인 매수가 IT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경기 모멘텀(상승동력)에 대해 베팅하는 투자행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증시 ‘구원투수’ 역할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부양책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미국 3차 양적완화(QE3) △유로안정화기구(ESM) 등 유럽 및 미국의 정책에 따라 외국인 매수지속 여부가 결정된다는 지적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달 2일 ECB의 통화과정책회의에서 시장 기대를 충족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시장은 안도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며 “하지만 예상에 못 미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반락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외국인의 추세적 매수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