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서 전자부품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김진원(56·가명) 대표는 올 하반기 운영자금을 구해보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아 더 이상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당장 다음 달 해결해야할 직원 급여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시화공단에서 조명기구회사를 운영하는 강기성(52·가명) 대표는 10년 만에 올 여름 휴가를 포기했다. 강 대표는 “예년에 비해 상반기 매출이 반 토막 나서 위기 상황에 돌입했다”면서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휴가를 2~3주간 주고 대신 일시적으로 급여를 조정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유동성이 크게 떨어져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장기불황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인건비·시설관리비 등 고정비용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제조업체는 생산근로자에게 여름 정기휴가에 일수를 더한 무급휴가를 보내고 대표이사가 직접 생산라인에 뛰어 들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업종별 중소기업 대표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여름 휴가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5%에 불과했다. 이는 2010년 조사결과(78%)보다 대폭 줄어든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73%가 ‘여름휴가를 통한 재충전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됐다.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바쁜 회사 업무’(43%), ‘휴가비 등 경제적 부담’(14%)을 1, 2위로 꼽았다.
2010~2011년 40% 중후반대를 유지하던 중소제조업 업황지수인 정상가동업체비율도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상가동업체는 평균가동률(월평균 생산비율)이 80%이상일 경우 해당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정상가동업체비율은 지난 1월 40.4%로 전월(43.5%)에 비해 3.1%p 추락한 뒤 현재까지 4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요즘 지역기업모임에 나가면 CEO들의 첫 인사는 모두 ‘죽을 맛’이라고 한다”라며 “경기불황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반기 자금 확보가 불투명해지자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제품 조립라인에서 밤을 새는 CEO들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