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슈퍼리치’들의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역외 유출 자산이 세계 경제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 보고서 때문에 재정위기로 시름에 빠진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파문의 근원은 ‘조세피난처’ 분야 전문가인 제임스 헨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옵서버지에 단독 게재한 보고서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등 신뢰있는 자료를 조사, 세계의 초부유층들이 자국의 세금을 피해 해외 은행에 숨겨놓은 자산이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연이은 대형 악재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지구촌민들에게 일종의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다.
1%에 대한 99%의 목소리를 대변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동안에도 부유층들은 국부를 해외로 빼돌리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
문제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상위 1%’ 자산가들이 자국 정부의 세금폭탄을 피하려고 역외에 숨겨놓은 자산은 추정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세피난처 반대운동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는 세계 각국 개인 자산가의 역외자산규모가 2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조세피난처에 숨겨진 역외 자산을 최소 1조7000억달러에서 최대 11조5000억달러로 분석했다.
하지만 각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상위 1% 기업과 개인이 조세피난처에 쌓아놓는 돈의 액수가 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는 대부분 개인이 아닌 기업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철저하게 금융 ‘비밀주의’를 보장하고 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세운 뒤 자금을 반출시킴으로써 세금과 금융규제를 효율적으로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세피난처로 흘러드는 자금의 흐름을 방지하려면 여러 국가가 조세조약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