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귀농 위한 조언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향하는 귀농인이 많이 늘어난 반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내지른 귀농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환상만을 갖고 귀농을 결심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선 정신적·물리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여러 가지 있다는 조언이다.
◇억대부농 환상 깨야 ‘진짜 귀농’ = 모두가 귀농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008년과 2009년 귀농가구 2218가구와 4080가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각각 145가구(6.5%)·221가구(5.4%)가 다시 도시로 되돌아오거나 농업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다. 이는 주민등록을 실제 이전한 경우만 파악한 비율이다. 실제 귀농을 시도했다 돌아가는 마음을 되돌리는 경우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귀농 실패의 원인은 ‘준비부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3월 농촌경제연구원이 귀농·귀촌 후 정착하지 않고 도시나 다른 농어촌으로 재이동한 26명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정착 시 애로사항’에 대해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28.4%는 영농기반 마련을 꼽았다. 사업자금 조달은 26.1%였다. 이어 편의시설 부족 12.8%, 이웃주민과의 갈등 11.6% 등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됐던 셈이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억대부농’의 이야기를 듣고 귀농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지난해 연간 1억 이상 소득을 올린 전국의 부농은 총 1만6722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체 농가인구는 296만5000명의 0.56%에 그치는 수치다. 경쟁으로 팍팍한 도시를 피해 농촌으로 향한다면 잘 생각해야 한다. 억대 부농은 전체의 250분의 1에 불과하다.
빈부격차가 심한 도시에 염증을 느껴 귀농을 결심한 경우에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농촌의 빈부격차는 도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농가소득 하위 20%의 소득에 대비 상위 20%의 소득은 지난 2005년 9.6배에서 2010년 12.1배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도시가구가 5.0배에서 5.8배로 늘어나는 데 그친 것보다 2배가량 차이가 나는 수치다.
◇몸도 마음도 ‘여유’ 가져야 = 귀농 전문가들의 조언은 ‘신중 또 신중’이다. 귀농은 단순히 거주지와 하는 일이 달라지는 정도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많은 전문가가 영농기술이나 당분간의 여유자금 등 농사를 위한 준비는 물론 지역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우선은 철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박영주 경기농림재단 도농교류부장은 “실패하지 않으려면 농업기술 습득과 체험 등 계획을 통한 선행학습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작목을 선택할 것인지도 미리 공부해 정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귀농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도시와 문화 차이가 큰 농촌공동체에 적응하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손태식 농촌진흥청 귀농귀촌종합센터 상담기술위원은 “기존 농촌 구성원과 ‘눈높이’와 ‘몸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잘 모르는 도시와 달리 농촌에서는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유자금도 넉넉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작물 수확까지 1~2년의 시간 동안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배가 시작된 후에도 상상했던 대박은 드물다. 귀농인들이 가진 농지가 대개 대개 1만~3300㎡라는 점과 수확이 농지 3.3㎡당 연간 수입이 일반적으로 2000~5000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605만~1512만 원 소득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