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貸 가족' 전성시대]"집 마련 하느라" 2차 베이비붐 세대도 빚에 허덕

입력 2012-07-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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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만명 중 38% 부채규모 1972만원…이자 내느라 급급·저축은 꿈도 못꿔

직장인 최모(42)씨는 저축을 언제 해봤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의 학원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서울 용산구로 이사오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4억원의 이자로 매달 160만원 정도씩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주택가격이 바닥이라는 소리를 믿고 집을 구입했는데 이제는 골칫덩어리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애들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도 없고 대출이자를 안 낼 수도 없는 터에 집값마저 급락한다면 큰 재정적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는 현재 우리나라의 허리층에 속한다. 만 38~44세로 왕성한 직장활동을 할 나이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모두 596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2.4%를 차지한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한 해 평균으로는 85만2000명으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7만2000명보다 8만명이 많다. 이들이 가계부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허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968~1974년에 태어난 7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6%가 빚을 지고 있다고 답했다. 1인당 평균 총부채 보유규모는 3301만원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총부채 보유율은 38.5%고 평균 보유규모는 4087만원이었다.

총부채만 높고 보면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보유규모가 적다. 그러나 임대보증금 등을 제외한 금융부채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금융부채 보유율은 38.4%, 보유규모는 1972만원으로 1차 베이비붐 세대 보유율 24.0%, 보유규모 1281만원을 크게 웃돈다. 집을 소유하려는 시기인 만큼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금융부채 보유율이나 보유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 부채관리의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금융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은 1495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부채를 보유한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집이 있어도 가난한 하우스푸어인 셈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534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전망’에 관해 조사한 결과 현재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277명이었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49.1%는 스스로를 하우스 푸어라고 진단했다.

부채는 뫼비우스 띠처럼 소득, 지출 등에 무한데로 파급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부채가 많다보면 지출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노후준비에 투자할 돈은 적어진다. 여기에 소득마저 정체를 보인다면 가계의 건전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2차 베이비붐 세대 5가구 중 1가구는 재정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노후 준비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노후 재정 준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빠듯한 소득(67.5%)’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자녀 교육 비용(48.7%)’, ‘고정수입원 불확실(34.0%)’, ‘대출 비용(26.0%)’ 등이 차지했다.

현재는 직장과 소득이 있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더라고 앞으로 ‘은퇴 준비 못해 세대’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2차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극히 높은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낮아 적절한 시기에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전의 가계부채 짐을 지고 있다면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이후 빚 상환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6.4%로 2003년 33.2%에 비해 13.2%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구 비중 상승폭인 8.0%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인구고령화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고연령 차주일수록 소득 대비 대출 비율이 저연령층에 비해 높고 저신용자 대출비중도 높아 경제여건 악화 시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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