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재계 라이벌 열전]이재웅 다음 창업자, 창의력 춤추게 하려 '틀' 깨고…2선서 후배들 물밑 지원

입력 2012-07-16 10:1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창의적 공간 위해 제주도로 본사 이전…'스페이스닷원' 개방·소통의 가치 담아

▲이재웅 다음 창업자
이재웅 창업자는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다. 다음이란 이름은 두가지 뜻을 담고 있다. 첫번째는 순수 우리말로 '어떤 차례의 뒤'라는 뜻의 'Next'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미래지향적 의미다.

두번째는 한자로 다양할 다(多)와 소리 음(音)의 조합이다. 다양한 소리를 조화롭게 내보내자는 의미다.

이 창업자는 현재 다음의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그의 창업 정신은 여전히 다음의 미래상에 투영돼 있다.

본인 역시 다음의 경영에서 손을 뗀 후에도 이러한 가치관에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多音, 창의력을 춤추게 한다 = 이 창업자는 다음을 경영하면서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음은 회사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부장님', '과장님' 등의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불렀다. 최세훈 다음 대표이사는 사내에서 '세훈님'이다.

수평적이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은 다음과 같은 인터넷기업에서 특히 중요한 다양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본사를 제주도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지난 4월 제주시 영평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새로 지은 사옥에서 본사 이전 기념식을 열고 제주도 시대를 개막했다.

본사가 위치한 부지는 '다음스페이스', 이번에 완공된 첫번째 사옥은 '스페이스닷원(Space.1)'으로 이름 지었다.

스페이스닷원은 개방과 소통의 가치를 담고 있다. 개인별 사무 공간 확대와 다양한 공간 구성으로 창의력 증진에도 힘을 쏟았다. 사옥에서는 제주 앞바다는 물론이고 한라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다음의 본사 이전은 이 창업자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04년부터 '즐거운 실험'이란 이름아래 추진돼 온 프로젝트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비효율적인 측면을 개선하고 창의적 업무환경 조성과 함께 일과 삶의 조화를 도모함으로써 개인과 기업,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진행됐다.

이 창업자는 2003년 조찬회의에 지각한 신입사원의 사정을 듣고 도심이 아닌 환경이 좋은 곳으로의 본사 이전을 고민하게 됐다.

당시 신입사원은 인천부평에서 강남까지 출근하는데 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8시 조찬회의에 참석하려면 5시 반에 집을 나서야 한다. 그런데 버스 한번만 놓쳐도 지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후 조찬회의는 중단됐고 '즐거운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스페이스닷원
◇'까칠한 재웅씨(?)'…거침없는 소신발언 = 이 창업자는 '다소 까칠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공격적인 말투와 직선적인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밀어 부친다는 평도 함께 따라 붙는다.

그의 말투와 성격은 트위터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

최근 넥슨에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각한 김택진 대표가 다음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자 이 창업자는 트위터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 기자 상당수는 소설가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 좋을 듯해요. 취재나 사실 확인은 존재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를 '관계자'의 사실 확인도 안 된 언급과 맥락 없는 트윗 인용으로 끝내고 나머지는 다 소설로…"라는 글을 남겼다.

작년말 제기된 구글로의 피인수설에 대해서도 즉각 반응했다.

그는 "구글이 다음을 인수한다는군요. 저도 몰래 저를 만나서 협상 한다더군요"라고 밝혔다.

이 창업자는 다음의 최대주주이며 그가 대표에서 사임한 이후 다음의 매각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음의 매각설 뿐 아니라 평소의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창업자는 올해 초 최태원 SK회장이 배임·횡령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것과 관련해 SK 사외에사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검찰에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한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취지로 탄원서를 제출한 전경련이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이해를 전혀 못하고 있다"며 "배임과 횡령 그리고 비자금이 기업가 정신과 무슨 상관이냐"고 꼬집었다.

SK 이사회에 대해서는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는 왜 아무 말이 없냐"며 "이번 일에 대해 설명하고 문제 이사들을 어떻게 밝혀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특정 기업을 비난했다기 보다 평소 이사회의 역할에 등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 창업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다음은 선진화된 이사회 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나눴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고 있다.

또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도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한다.

다음은 한국지배구조원으로부터 5년 연속 지배구조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다음은 임직원 윤리규정을 공시해 투명경영의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효율적인 이사회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Next)세대 키우기에 나서 = 이 창업자는 다음의 경영에서 물러난 뒤 소셜벤처 인큐베이터 회사인 소풍(sopoong)의 대표를 맡고 있다.

소셜벤처란 기존 벤처기업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형태를 결합한 것으로 기업의 목적인 영리 추구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일도 함께 하는 기업이다.

권도균 이니시스 전 대표 등 다른 벤처 1세대들과 함께 프라이머란 인큐베이팅 조직도 만들었다.

프라이머는 벤처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자금과 경영 노하우를 지원하는 엔젤투자클럽이다.

이 창업자는 다른 벤처 1세대들과 함께 자신의 창업경험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자금을 제공한다.

경영과 법률, 특허, 마케팅 등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한다.

◇이재웅 창업자는 = △1968년 서울 출생 △영동고등학교, 연세대 전산과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6대학 UPMC 인지학과 박사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 △2007년 9월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사임 △2007년 3월 다음커뮤니케이션 등기이사 사임 △2010년 프라이머 설립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