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아사리판’으로 가는 한국프로골프협회

입력 2012-07-13 10:00수정 2012-07-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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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길까.

이제 선후배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다.

올해로 창립한지 45년이 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이야기다.

협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한다. 특히 이 협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를 중심으로 한 단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처리하는 수준은 거의 유치원급이다.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자신들의 편리함대로 해석하고 행동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회장과 기금이다.

초대 회장이었던 고 허정구 회장을 제외하고 10대 김승학 회장까지 회원이 회장으로 추대됐다. 11대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단체처럼 기업총수를 모시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승학 회장이 연임하려 했으나 회원 7인이 모여 반전시켰다. 문홍식 회장이 당선됐다. 그리고 6개월 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추대하고 문홍식 회장은 깔끔하게 물러났다. 물론 이때도 정관에 맞지는 않았지만 회원 대다수가 동의하면서 별 문제가 없었다.

하나의 관례였던 셈이다. 대회를 늘리고 협회 살림을 좀더 윤택하게 하자는 취지는 맞아 떨어졌다.

박삼구 회장은 12, 13대 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말 사임했다. 박 회장은 대회도 늘리고, 상금도 증액하고, 2015년 한국에 프레지던츠컵까지 유치하는 등 프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14대 회장선거를 앞두고 다시 협회 임원들은 외부에서 유력인사를 추대하자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회장선거는 난타전이었다. 후보자들이 여럿 나서면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에다 유언비어까지 난무했다.

골프에 대한 애정인 남달라 가장 유력시 되던 풍산금속 류진 회장은 프로들끼리 혈투를 벌이는 ‘난장판’을 보다가 회장직을 고사했다.

결국 회장선거는 좁혀져 최상호와 이명하가 2파전을 벌였다.

이명하가 17표차로 이겼다. 그래서 14대 회장이 됐다. 남은 것은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일.

그런데 여기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회장이 되면 대회 유치는 물론 새회장을 모셔오겠다던 이명하 회장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됐다.

욕심이 난 것일까. 자회사인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대표에 원로프로 김덕주를 뽑아놓았다가 이명하 회장은 2개월만에 긴급이사회를 열어 자신을 대표로 하고 이사 2명도 갈아치웠다. 게다가 이상한 전무이사를 앉혀 놓아 협회돈만 축냈다.

협회는 고물차러첨 뒷뚱거리며 삐그덕 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전처럼 회장을 모셔오는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수석부회장인 김학서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회장 이명하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각각 추대하자며 줄다리기를 했다. 수개월동안 진흙탕 싸움이 계속됐다.

임시총회까지 열어 전윤철 전 감사원정을 15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전 신임회장은 호텔에서 지인및 관계자들의 축하속에 취임식을 거창하게 치뤘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시뿐. 김학서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미숙한 일처리에 화가 난 일부 회원들이 전 회장에 대해 업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이것이 받아 들여졌다.

지난 4일 전 회장은 사퇴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회장이 공석인 사이에 김학서 직무대행자는 150억원의 회관건물 매입을 강행했다.

속전속결이었다.

지난 6월21일 계약금 33%를 건넸고, 지난 4일 잔금을 집행하기위해 3일 이사회를 열어 건물매입 의결을 통과시켰다. 6, 9일 걸쳐 매입대금을 완납했다. 건물은 분당 운중동의 마크시티레드 10층짜리다.

그러는 사이 김정석 감사는 회계감사를 요청했지만 김학서 대행자에 의해 번번히 거절당했다.

선수회(회장 이인우)도 기자회견을 열어 회원들에 역행하는 집행부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집행부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집행부도 맞받아치고 있다.

유언비어 살포자는 이사회를 거쳐 회원에서 제명처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12일 김정석 감사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김학서 직무대행자 및 집행부 전원 해임안을 의결했다. 또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8월20일 회원 총회를 열어 회장을 선출키로 잠정합의했다.

김정석 감사는 “KPGA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바로 총회입니다. 협회 정관에 명시하기를, 회원총회는 회장 선출만을 할 수 있으며, 그 외 나머지에 대해서는 모두 대의원 총회에서 결정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단법인체인 KPGA의 공적 자산을 이용해 재산 취득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2010년 정기총회의 결의 내용인 ‘협회 회관 건립 추진안’에 의해 가용자산 120억 중 10%만 우선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 위임을 하였으나, 김학서직무대행자는 그런 규정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3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인출하여 계약금을 지불했다.

민법 60조 2항에는 회장직무대행자의 업무의 범위에 대해 ‘통상의 업무’만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다. 누가 봐도 김학서 직무대행자는 통상적인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150억 규모의 부동산 거래, 임직원의 부당 해고 등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규를 무시하면서 협회를 파탄에 몰아 넣었다.

이러한 불법을 좌시할 수 없기에 정관에 위배되지 않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본 임시 대의원 총회를 소집했고 김학서 및 집행부 임원 및 관계자들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현 집행부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열렀다.

여기서 일부 이사들의 의견대로 초강수를 뒀다. 협회를 ‘한지붕 두가족’으로 만든 김정석과 송병주 회원을 협회 회원에서 제명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프로 자격증 따는 게 뭐 ‘가위, 바위, 보’ 해서 따는 것도 아닌데, 감정적으로 처리해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마치 국회를 보는 것 같다. 국회의원들의 제명처분이나 탈당, 체포동의안 같은 느낌이다.

협회문제는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다.

누가 유리할지는 뻔하다. 현행집행부는 협회 사무실을 이용하며 협회돈을 쓰고 있다. 또 협회 홈페이지를 이용해 할말을 다한다.

그러나 선수회와 김정석 감사를 따르는 혁신파 이사들은 각자 갹출한 돈으로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 협회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없어 이슈를 알리기위해 네이버 카페를 이용한다.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진다.

누가 피해는 입는가.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선수들은 대회가 없고 개점휴업상태다.

‘물귀신’처럼 함께 죽자며 당파싸움을 벌이는 동안 협회 이미지는 한 없이 추락할게 뻔하다. 현역에서 한발 물러나 아마추어를 지도하는 프로들은 낮부끄러워 골퍼들을 만나 고개도 못든다고 벌써부터 하소연이다.

협회는 ‘치고 받으며 그린을 벗어난 전쟁’을 하는 동안 5715명 회원들 중 이들을 제외한 회원들. 회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고인(故人)이 되신 한국프로골퍼 1호 연덕춘 2대 회장은 지하에서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강도높은 감사와 함께 국세청에서 이제껏 한번도 받지 않은 세무조사를 하길 바란다. 아마도 “큰일났네”하며 걱정되는 회원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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