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이사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③<끝>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대기업 선호현상’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안타깝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중견기업 취업 후에도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는다. 적성과 흥미보다는 ‘타이틀’을 원해서다. 실체도 없는 ‘엄친아’와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중견기업 인식제고’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인력 채용시 주로 겪는 어려움을 우선순위별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1순위로 응답한 비율이 40.4%나 됐다. 기업도 ‘중견기업 인식제고’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업계의 의지 또한 그 어느 때 보다 강하다. 그러나 이것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제고가 반드시 선행·병행돼야 한다.
사실 ‘중견기업 인식제고’라는 화두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 필요성을 이미 공감하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정부도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일자리 대책으로서 기업에 대한 ‘인식제고’를 유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현재 상황이 효과적인가, 더 필요한 부분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견기업 인식제고를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아는 범위’를 넓혀주는 일이다. 청년 구직자들은 산업과 기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는 범위’에서만 구직 활동을 한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눈높이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펼쳐진 일자리와 기업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면 된다.
‘아는 범위’를 넓히는 대상을 청년 구직자로 한정해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청년 구직자에게 집중하되 청소년이나 일반인, 청년 구직자의 부모 세대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구직자를 도와줄 수 있는 인식제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현장에서 중견기업에 대한 진로지도가 가능한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정부가 인식제고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와 민간부문이 고용지원서비스의 방향성을 일치시키고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토익 몇점’ ‘자격증 몇 개’ 따위의 형식적인 스펙지도가 아닌 진로 발굴, 직업관 형성 등 본질적인 지도가 병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 구직자가 중견기업에서 만족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현재 중견기업 재직자들의 역량강화와 비전설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중견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 청년인구는 감소한다. 앞으로 청년은 더 희소한 자원이 된단 얘기다. 지금은 청년실업이 걱정이지만, 앞으로는 ‘청년 모시기’가 더 큰 문제가 될지 모른다. 그 때에도 청년들이 모두 대기업, 공기업만 선호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중견기업 인식제고’를 위해서는 우선 ‘엄친아’부터 때려잡아야 한다. 그래야 중견·중소기업의 좋은 일자리가 보인다. 이것은 문화를 바꾸는 일이고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하는 일이다. 오래 걸릴 일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