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수수료 개편 또 주먹구구

입력 2012-07-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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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대형가맹점 별도 계약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발표

정부의 카드 가맹점수수료 개편안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상당수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수수료율 적용 기한을 명시해 놨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는 소급적용과 관련한 부칙이 없어 금융당국이 계획한 날짜에 수수료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법률 소급적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또한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의 계약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맹점수수료 개편안의 양대 축은 영세가맹점 인하, 대형가맹점 인상이다. 둘 중 하나만 무너져도 35년만에 대수술했다는 수수료 개편안은 빛이 바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1.8%에서 1.5%로 낮추는 가맹점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형가맹점은 연 카드매출액 1000억원 이상 법인으로 분류했다. 지난 4월 기준 5만4000개의 법인 중 234개가 해당된다.

문제는 이들 가맹점 중 상당수가 법 시행일인 올 12월22일 이후까지 신용카드사와 계약이 돼 있다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삼성카드와 2015년까지 0.7% 신용카드 수수료율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초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등과 기존 1.75%에서 1.7%로 수수료율을 낮춰 새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15년까지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대형유통사, 항공사 등 대부분의 대형가맹점이 법 시행일 이후까지 계약이 체결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계약에 개편안을 적용할 수 있을지 논란이 있어 법률 검토 중”이라며 “현재 대형가맹점과 신용카드사의 계약이 언제까지 돼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 적용이 안되면 다른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로서는 난감하다. 영세가맹점의 수수료가 낮아지는 터에 대형가맹점이 요지부동이면 수익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대형가맹점의 협조를 전제 하에 가맹점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사는 연간 8739억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대형가맹점이 당초 계약한 수수료율을 고수한다면 이중으로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태기 유권자시민행동 실장은 “기존 계약이 유지된다면 카드사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법 시행에 맞춰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들이 새 계약을 맺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새 계약을 강제할 수는 없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난항에 빠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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