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동물 크기 조절기술에 한 걸음 다가서

입력 2012-07-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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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호르몬-동물의 크기 사이 상호작용 밝혀…인간 성장장애 치료에도 기여

‘왜 개미는 다 자라도 조그맣고 코끼리는 그렇게 커질까?’ 어리석은 질문처럼 들리지만 생명과학자들에게는 오래된 수수께끼이다. 동물의 크기를 결정하는 원인을 밝혀낸다면 집채만한 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키와 덩치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동물의 크기에 관련된 중요한 발견을 했다.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현서강 교수와 서울대 생명과학과 김빛내리 교수, 김화 박사가 참여한 연구진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연구를 통해 동물의 성호르몬이 발육기 성장을 조절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동물의 성적인 성숙과정과 발육기 성장과정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분자유전학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유전자와 발생(Genes and Development)’지에 4일 실렸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성호르몬이 작용하는 RNA의 일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초파리의 크기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발견으로 난쟁이 초파리 또는 거대 초파리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성장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오늘날 초파리를 이용한 연구결과는 인간의 다양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사람의 유전자들이나 질병과 관련된 신호전달체계는 대부분 초파리에도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밝힌 신호전달과정은 초파리와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의 성장과정도 사람과 비슷하다. 사람이 발육기에 성장하듯 초파리도 유충기에 성장하고 사람이 사춘기 이후 성장이 멈추듯 초파리도 성호르몬이 가장 높을 때 성장이 멈춘다. 초파리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람의 성장도 조절할 수도 있는 셈이다.

현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성호르몬에 의한 성적인 성숙과정이 어떻게 신체성장과정과 작용하는지를 분자유전학적으로 이해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최근 6년간 18배나 급증한 성조숙증과 같은 성장장애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서강 교수(우)와 김화 박사(좌)가 해부 현미경으로 마취된 초파리를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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